인도네시아의 한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환경을 파괴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글로벌 환경 연구 비영리 자문회사인 에이드인바이런먼트는 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사진에 포착된 화재 패턴을 분석해 한국계 대기업 코린도그룹이 불을 사용해 팜 야자 농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시사IN〉 제454호 ‘그곳에 불이 왜 났을까’ 기사 참조).

코린도그룹 농장 인근에는 또 하나의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팜 야자 농장이 있다. 기업은 바로 포스코대우다. 에이드인바이런먼트 앨버트 텐 케이트 조사관은 “코린도그룹과 포스코대우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서로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도 〈시사IN〉과 통화하면서 “20년 이상 현지에서 활동한 코린도그룹으로부터 식재와 농장운영에 한해서 조언을 얻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대우도 코린도그룹에 이어 환경 파괴 기업으로 지목당한 것이다.

ⓒawasMifee/West Papua Media포스코대우가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팜 야자 농장에서 3년8개월 동안 화재가 260차례나 발생했다.

2015년 3월 글로벌 투자기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섬에 팜 야자 농장 3만2500㏊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서울 면적의 60%에 해당한다. 이곳은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가 지정한 전 세계 200대 환경보호지역 중 하나다. 야생 조류 344종, 포유류 69종의 서식지이며, 이 중 13종은 멸종위기종이다. 하지만 GPFG는 보고서에서 “포스코대우는 생물다양성과 중요한 환경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펀드, ‘환경 파괴’ 포스코에 투자 중단

또 GPFG는 포스코대우가 “불을 통해 식생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포스코대우의 농장 지대에서 2011년 1월부터 3년8개월 동안 무려 260차례나 화재가 발생한 것이 위성사진에 잡힌 것이다. 포스코대우는 “자연발화나 화전민에 의한 화재다”라고 GPFG에 해명했다. 하지만 GPFG는 “토지 정리와 무관하게 그토록 자주 화재가 발생하기는 어렵다”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시사IN〉에 “자체 화재예방 대책과 시설을 갖고 있다. 2011년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서류 작업이 오가던 때로 실제 농장을 운영하던 시기조차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GPFG는 포스코대우와 모기업인 포스코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두 기업이 “심각한 환경 피해”를 낳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GPFG는 포스코 지분 0.91%(약 1억9810만 달러)와 포스코대우 지분 0.28% (약 9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기관 역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팜유 업계가 글로벌 환경단체와 함께 ‘지속가능한 팜유 인증제(RSPO)’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 파괴 없는 팜유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20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RSPO에 코린도그룹, 포스코대우 등 한국 기업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팜농장 관련 최적의 환경인증 취득을 위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최근 몇 년간 규제가 끊임없이 바뀌고 강화되고 있어서 당장 RSPO 인증을 받기 어렵다. 자체 환경 기준을 강화한 뒤  GPFG와 다시 소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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