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면 역시 가족인가 보다. 〈시사IN〉 스마트폰 사진 공모전에는 늘 가족사진이 많이 접수되는 편이지만, 이번 달에는 유독 그 비중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끈 사진은 유금용씨(35)가 보내온 ‘할머니 생신날’이다. 이제 막 두 돌 지난 유씨의 아들 주원이가 할머니 김순덕씨(60)한테 소주 한 잔을 따르는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이다. 혹여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술 따르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아이 표정과 그 잔을 받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이는 할머니 표정이 압권이다.

▲최우수상 / 유금용 어린 손자가 생신을 맞은 할머니께 술을 따르고 있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했다. 둘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사진은 지난해 가을에 찍었다. 결혼 뒤 분가해 대전에 살던 유씨가 어머니 생신을 맞아 모처럼 서울로 올라온 김에 ‘건졌다’. “스마트폰에 늘 간직해두고 아끼던 사진인데, 동료가 사내 게시판에 〈시사IN〉 사진 공모전 소식을 올린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모해보았다”라고 유씨는 말했다. 사진 오른쪽에 손 부위만 나온 사람은 아버지 유경선씨(64)다. 사진의 완성도를 감안하면 이 부분은 트리밍하는 편이 나았겠지만, 그 바람에 오히려 온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있는 행복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는 것이 심사위원단 평이었다.

▲우수상 / 김태영 평소 엄하게 굴던 선생님도, 아이들도 활짝 웃었다. 전북 고창북고 2학년 2반의 스승의날 풍경이다.

우수작으로는 김태영씨의 ‘고맙다!’와 문성하씨의 ‘카드의 추억’이 꼽혔다. 둘 다 스승의날을 다뤘으되, 흥미롭게도 전자는 스승이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작품이다. 전북 고창북고 2학년 2반 담임교사인 김씨는 엄하게만 굴었던 자신에게 아이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줘 깜짝 놀랐다며, 이들에게 “나의 제자가 되어줘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사진전에 응모했다고 밝혔다. 문성하씨는 6년 전이던 대학생 시절에 찍어서 간직하고 있던 사진을 공모전에 출품했다. 방과후학교에서 가르치던 다문화 가정 학생이 “손셍님 감삼니다”라며 서툰 한글 솜씨로 적어 보내주었던 감사 카드 사진이다.

장려상은 총 다섯 점. 그중 선승전씨의 ‘아버지의 발톱’, 신지민씨의 ‘손’, 유형주씨의 ‘외할머니의 부엌’ 등 석 점은 약속이나 한 듯 부모나 조부모·외조부모를 카메라에 담았다. 감사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이 그이들의 육신과 생활 공간에 포커스를 맞추게 한 것이다. 그 밖에 한희정씨(‘어버이날 밥상’)는 부모님을 위해 정성 들여 차린 밥상을, 이윤희씨(‘길냥이의 집’)는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돌보는 길고양이를 담았다.

감사하는 마음이 풍성했던 5월. 흠이라면 여전히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간혹 출품된다는 점이다. 그간 이 지면을 눈여겨보셨다면 눈치챘겠지만, 스마트폰 사진전은 전문가적인 완성도를 따지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세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사진전의 애초 취지대로 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출품작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장려상 / 한희정 부모님을 위해 장만한 유기그릇에 정성껏 어버이날 밥상을 차렸다.
▲장려상 / 이윤희 길고양이를 위해 우산을 갖다놓고, 먹이를 갖다놓는 온정이 감사하다.
▲장려상 / 선승전 얼굴에 팩 해드리고, 발톱 깎아드리고… 소소하게나마 효도해 본다.
▲장려상 / 유형주 좁은 부엌에서 뚝딱 음식을 차려내시는 외할머니는 특급 요리사다.
▲장려상 / 신지민 할머니 손가락에는 지문이 없다. 소일거리라며 머윗대를 다듬는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