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총괄하는 곽승준 교수(사진 맨 왼쪽).

문국현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김재현 비서실 차장은 현직 대학교수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인 김 차장은 안식년 휴식 기간을 활용해 문 후보를 돕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처럼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라고 불리는 정치교수들이 정책뿐만 아니라 정무 비서 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지배계급의 대표적 견제 세력이었던 교수와 기자가 대거 그라운드에 뛰어든 것은 이번 대선의 진풍경이다. ‘기자 반 교수 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캠프 주변에는 기자 출신과 교수 출신이 넘쳐난다. 요즘 여의도에서는 기자를 기자 출신이 접대하고 교수를 교수 출신이 접대하는 ‘요상한’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자 출신 대부분이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명박 후보에게 줄서 있듯, 교수 출신들도 대부분 이 후보 진영에 몰려 있다. 지난 7월29일 전문직 인사 1016명이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이 중 643명이 교수였다. 이후 더욱 세를 불려 현재 2300명 정도의 교수들이 자문조직에 편입되어 있다(이명박 캠프 추산).

2300인의 교수 중 이명박 후보의 막강한 신임을 얻고 있는 ‘두뇌 중의 두뇌’로 꼽히는 교수는 현재 3명이다. 이화여대 김원용(대학원 디지털미디어영상학부), 고려대 곽승준(경제학), 동서대 김대식(일어일문학)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른바 이 후보의 ‘폴리페서 트로이카’다.

정무 분야 조언을 하는 김원용 교수는 ‘이명박의 칼 로브’로 꼽힌다.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경선 과정에서 고비마다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이 후보의 신임을 얻었다. 현재 김 교수는 선거대책위의 전체 방향을 수립하는 ‘전략홍보 조정회의’에 김도종(명지대) 정옥임(선문대) 교수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들에게는 최고의 책사로 꼽히지만 정작 김 교수는 "이명박 캠프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라고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이명박 캠프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어 네이버뉴스 이용자위원회 대표위원과 전문위원을 사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 김현철씨의 사조직인 이른바 ‘광화문팀’ 소속으로 여론조사 팀을 운영해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평소 소신과 다른 정책 입안에 앞장서기도

정책 분야에서는 곽승준 교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책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대선준비팀 당시 정책 분과 간사를 맡는 등 계속 이 분야 요직을 맡아왔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맡고 이 후보와 인연을 맺은 곽 교수는 2년 전부터 미국 대선을 연구해 미국의 ‘후보 중심 선거’를 벤치마킹한 선거팀 구성을 기획했다. 흔히 곽 교수와 이 후보의 관계는 김병준 교수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로 비유된다.

 

ⓒ시사IN 윤무영조직을 맡은 김대식 교수(위).

곽 교수는 2002년 대선에서 당시 이회창 후보의 환경 분야 공약을 자문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환경 보존론자였던 곽 교수가 대표적 개발론자인 이명박 후보 캠프의 정책 수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영월 동강댐 건설이나 새만금 개발에 반대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곽 교수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새만금사업을 재추진한 것에 항의해 민간위원직에서 사임했다. 새만금 생명학회 회원이었던 그가 지금은 ‘새만금을 두바이와 같은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당시 반대했던 이유는 농지로 개발하는 것보다 갯벌로 두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2000년 6월26일자 동아일보 시론에서 곽 교수는 “공공사업에 드는 비용도 대부분 국민의 몫임을 고려하면 환경보호나 공공사업 모두 국민의 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성 평가방법은 국민의 선호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모든 재화의 가치가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에 의존한다는 경제학 이론과도 일치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경부운하에 대한 부정 여론(‘근본적 재검토’ 42%, ‘보완·수정’ 37%, ‘유지’ 12%, SBS 9월2일 조사)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네트워크팀장을 맡은 김대식 교수는 드물게 조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캠프 해단식에서 “김대식 교수처럼 현장 감각이 뛰어난 교수는 드물 것이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던 그는 넓은 인맥을 활용해 교수들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고 자문교수단을 꾸렸다. 지난해 12월20일 캠프에 합류한 그는 휴직계를 내고 선거운동에 ‘올인’했다.

전국학생처장협의회장, 대한일어일문학회장, 일본학연합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교수 사회의 인맥을 총동원해 지지 선언을 받아내고 자문교수단을 조직화했다. 그는 “지난 10개월 동안 세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16개 시도를 돌고 또 돌았다. 5만5000km를 돌며 1만3000명을 만나 명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는 자문교수로 영입한 지방대 교수들을 활용해 이 후보의 지방 공약을 만들고 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공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후보의 생각이다. 그 지방 사정은 그 지방 교수들이 잘 알기 때문에 자문교수로 엮은 교수들을 활용해 지방 공약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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