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화대교 아치 위 작은 점처럼 보이는 곳에 해고 노동자 출신 김정근 민주노총 총무국장(60)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올랐다. 1985년 4월25일 회사를 상대로 벌인 단 하루의 임금 인상 파업은 2016년 4월25일까지 31년간 그를 해고 노동자 신분으로 만들었다.

하루 파업 뒤 사흘간 격리된 그에게 회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했다. 당시 기업들이 작성하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도 불가능했다. 해고 노동자 신분으로 19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노동자 대투쟁에 참여했던 그는, 사복경찰 체포조였던 백골단과 맞서며 ‘해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8년 김호철씨는 ‘파업가’ 노랫말에 김 국장의 사연을 담았다. ‘지키련다 동지의 약속, 해골이 두 쪽 나도 지킨다’라는 구절에 나온 ‘해골’이 바로 김 국장 별명이다.

2009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리위원회’는 그의 해직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파이프’에서 ‘세아제강’으로 이름이 바뀐 회사는 복직 권고를 거부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만 60세의 노동자는 해고된 지 정확히 31년째인 이날 복직을 요구하며 철제 아치 위에 올랐다.

“복직이 되어서 몇 개월밖에 일을 못해도 상관없어요. 억울하게 해고당한 내 명예를 지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당찬 목소리를 복직 출근길에서도 들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해고 노동자들은 저 높디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할까?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