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다양한 얼굴을 품고 있는 도시다. 크게 시내권, 경포권, 정동진권, 대관령권, 소금강·주문진권으로 나눌 수 있다. 어느 권역을 여행하느냐에 따라 바다와 호수와 산을 동시에, 혹은 각기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농촌과 어촌과 도심을 모두 아우른다.

외지 사람에게 강릉과의 첫 만남은 보통 강릉고속버스터미널(혹은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된다. 강릉역은 2014년 강릉-원주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임시 폐쇄되었다. 현재는 청량리발 정동진행 기차밖에 없는데, 여행 목적지가 정동진권이 아니라면 정동진역에서 강릉까지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무료 셔틀버스 운행). 기차 타는 시간만 5시간20분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자.

아무튼, 강릉 시내는 강릉 여행을 시작할 때와 떠날 때 꼭 만나게 되는 곳이다. 하루 이상 강릉에 머물 예정이라면 일정 첫날이나 마지막 날에 시내권 동선을 짜보자. 걸어서 다니기 힘들지 않고, 큰 시장이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쉽고 다양하게 식사와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시사IN 장일호

높은 지대에 위치한 강릉시립미술관(임영로 219-7)은 전시물만큼이나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내 전경이 일품이다. 구도심에 위치한 임영관 관아(임영로 131번길 6)는 서울로 치자면 경복궁 같은 곳. 임영관 근처 북카페인 명주사랑채(경강로 2046번길 11)에서는 3000원으로 바리스타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핸드드립뿐 아니라 핸드프레소, 커피 양갱 등 매달 체험 프로그램이 달라지니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좋다(mjart.kr/coffee).

시내에 머물며 저녁에 한잔할 곳을 찾는다면 버드나무 브루어리(경강로 1961)로 가자. 2015년 9월에 문을 연 이곳의 수제 맥주 ‘하슬라 IPA’(하슬라는 강릉의 신라 때 이름이다)나 ‘버드나무 IPL’을 한입 머금고 나면 강릉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0년 된 막걸리 양조장(강릉탁주공장)을 인수해 만든 가게는 건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낮술도 가능하며 운이 좋다면 양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렇게 시내를 돌아보고 난 뒤에는 어디서 잘까? 많은 사람들이 강릉게스트하우스를 추천했다. 숙소를 예약하기 전, ‘유사품’에 주의해야 한다. 강릉에서 최초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곳의 이름이 하필이면 ‘강릉게스트하우스’(사업자등록증에 표기된 상호명)여서, 강릉에만 50여 개 게스트하우스가 생긴 현재는 검색에 어려움을 겪기 십상이다. ‘강릉게스트하우스 ’이 주르륵 검색 결과에 걸린다.

검색 난이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부에 있다. 강릉게스트하우스가 4호점까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합 홈페이지(www.gnguesthouse.com)도 있다. 네 개 지점은 각각 그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 본점이라 할 수 있는 1호점은 경포해변 부근에 위치해 있다. KBS 〈1박2일〉 촬영지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여기서 눈 맞은 커플 18쌍이 결혼에 골인한 걸로 유명하다.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커피거리점(2호점)은 안목해변에 있다. 사천해변 근처의 오션마리나점(3호점)은 해양 레포츠가 특화돼 있다.

1인당 3만원이면 강릉 주요 관광명소를 한 번에

2014년 12월에 문을 연 중앙점(4호점)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버스터미널과 가깝고 강릉역에서는 도보 10분 거리다. 도미토리로만 운영되는 1~3호점과 달리, 4호점에는 싱글룸과 2~3인용 객실이 갖춰져 있다. 도미토리 객실도 4인부터 10인까지 다양한 옵션이 있다(남녀 분리). 한꺼번에 60명 이상의 게스트를 받을 수 있는데, 모텔을 인수해 개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용 공간인 1층 로비를 제외하면, 특히 싱글룸의 경우 게스트하우스보다는 모텔에 묵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정도로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묵는 곳이다 보니 규칙도 엄격하다. 퇴실 시간 30분 전부터 문자를 보내거나, 5분 전 문을 두드리는 식이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중앙 현관이 폐쇄된다. 모텔촌에 위치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조치다. 매일 저녁 신청자를 대상으로 로비에서 1인당 1만5000원에 무제한 바비큐 파티를 여는데 한 번에 30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2~4호점의 사장들은 강릉게스트하우스에 손님으로 왔다가 반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했다는 비슷한 사연이 있다. 4호점 ‘사장 언니’가 전혀 연고 없는 강릉에 게스트하우스를 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재 4호점에서 일하는 스태프도 처음에는 손님으로 연을 맺었다. 이들 네 곳이 모두 속한 공정여행문화협동조합 ‘마블’은 전국 25개 게스트하우스의 연합인데, 보통은 지역별로 한두 군데만이 가입돼 있다. 강릉에서만 강릉게스트하우스 4개 지점이 모두 가입돼 있다.

특별한 여행 계획 없이 강릉으로 온 여행자라면 ‘강릉게스트하우스 연합투어’ 서비스를 이용해봄직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1인당 3만원(교통비·식사비 포함)으로 강릉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함께 돈다. 여름에는 스노클링, 선상 낚시 등의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장비는 모두 대여 가능하다.

강릉에서의 마지막 날, 때마침 비가 내렸다. 강원도 유일의 시네마테크였던 신영극장이 개관 4년 만인 지난 2월29일 결국 문 닫은 게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날씨가 궂은날엔 여행 계획 따위 잊은 채 영화관으로 숨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도시의 ‘소중한’ 극장 하나가 간판만 남았다.

ⓒ시사IN 장일호

주소 강원 강릉시 경강로 2103번길 17

홈페이지 gnguesthouse4.com

체크인 오후 4시  체크아웃 오전 10시

조식 제공 샌드위치, 수프, 우유, 커피

주인장이 추천하는 곳 중앙·성남시장에는 소머리국밥 골목이 있다. 그중에서도 60년 전통의 광덕식당을 들르지 않는다면 섭섭하겠지.

20자평 골라 자는 재미가 있다.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친다면 중앙점으로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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