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대선주자들의 ‘총선나기’

절박한 ‘무대’의 일보후퇴

오세훈의 대선방정식, ‘정치 1번지’에서 풀릴까

광주 찾은 문재인의 배수진

4년 ‘벽치기’한 김부겸, 새로운 도전 나서나

일석이조 노리는 ‘안길동’의 도전

기자들은 의석수를 어떻게 예상할까

 

선거를 딱 일주일 앞둔 4월6일 오전 7시 서울지하철 7호선 마들역. 개찰구 양쪽으로 파란색과 연두색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이 4명씩 나란히 서 있었다. 각자 ‘2번 황창화’와 ‘3번 안철수’ 띠를 두르고 출근 인사를 했다. 5분 정도 지나자 연두색 점퍼에 회색 바지 차림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가 양복을 차려입은 수행원 한 명과 나타났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황창화 후보 선거운동원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이제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요.” 그런 다음 자신의 선거운동원을 격려하고 출근 인사에 들어갔다. 어떤 현장에 나타나도 통상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었다. 그 이유를 안 대표는 “가장 고생하는 분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 선거운동원도 다 지역주민이시고요”라고 덧붙였다.

출근길 인파가 쏟아졌지만 안 대표는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눈을 맞췄다. 허리를 숙인 채 지나가는 이들과 시선을 마주치며 악수를 청했다. 바쁜 아침 시간이었지만 ‘셀카’를 찍자며 카메라를 내미는 50대 여성 두 명과 20대 여성 한 명도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셀카 포즈를 취했다. 멀리서 안 대표를 보고 피해서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먼저 악수를 청하는 등 주민들은 대체로 호감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저녁 8시 노원역 유세에서는 셀카 요청이 쏟아졌다. 심지어 수행하는 보좌진과 경호원까지 ‘찍사(사진 찍는 사람)’로 변했다. 비록 한 50대 남성이 ‘퀴즈:다음 중 진짜 노원 사람은? 20년 전에 떠났던 사람, 20년간 살고 있는 사람, 3년 전에 우연히 온 사람’이라 쓰인 패널을 들고 나타나긴 했지만, 그 또한 한 50대 여성 지지자를 비롯한 안 대표 쪽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사IN 신선영4월5일 서울 노원역 인근 퇴근길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가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지역 선거운동은 채 30분을 넘기지 못하곤 했다. 선거가 코앞에 닥쳤건만 4월6일 아침에도 서둘러 선거운동을 접으며 서울 마포 당사로 출발했다. 오전 9시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TV 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접전을 펼치는 처지라 해도 자기 지역만 챙길 수는 없다. 그는 전국적 지지도를 지닌 당의 간판이기 때문이다.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자기 지역을 챙길 수밖에 없다.

전국을 다니면서도 ‘분치기’로 일정을 소화했다. 안 대표 스스로 “이제는 사람들이 ‘강철수’가 아니라 ‘안길동’이라고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간 단위로 지방을 순회하는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자신감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4월 1주차 국민의당 정당 지지도는 14%까지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창당 후 첫 조사인 1월 3주차 13%에서 출발했다가 지난 2월 4주차 조사에서 최저인 8%까지 곤두박질쳤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창당 당시 지지율을 넘어섰다. 4월6일 안 대표의 첫 영남권 지원 유세에 동행하는 기자 수도 역대 최고였다. 서울에서만 기자 25여 명이 따라갔다.

지지율 반등에 대한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4월6일 낮 12시쯤 안 대표는 대구 경북대 북문에서 연설하면서 “이제 지역구는 몰라도 정당 투표는 3번 찍겠다는 분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도 영남권 유세 내내 반복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런 상식적 말을 한다고 찍어누르기를 하는 새누리당은 정상이 아닙니다.” 영남권에 후보를 낸 지역은 몇 안 되지만, 진박 마케팅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정당 투표를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발언이었다.

야권 단일화 질문은 후순위로 해주세요?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쪽 모두에 견제구를 날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거대 양당 구조에서는 서로 싸우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경기도 의정부 지원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한심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기자들이 ‘두 당 모두에서 어렵다는 엄살이 나오는데 국민의당을 두려워해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라고 말하자, 안 대표는 “그게 참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창당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대 양당 철밥통은 국민의당 이야기만 한다”라며 계속해서 각을 세웠다.

연일 ‘수도권 초박빙’ 기사가 나왔지만, 야권 단일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 의정부 유세 후 기자단과의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에 앞서서도, 국민의당 쪽에서는 야권 단일화 질문은 후순위로 하고 다른 걸 더 먼저 물어봐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취재진을 태운 ‘초록버스(국민의당이 취재진 차량에 붙인 이름)’에서도 “알파고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라면서 더 물을 게 있겠냐는 분위기였다. 4월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기존 입장과 변함없는 “당대당 연대는 전혀 가능성이 없고 후보 간 연대는 후보 판단에 맡기겠다”라고 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안 대표는 경북대에서 딱 12분을 머물고 대구에서 울산으로 이동하는 KTX를 탔다. 좌석에 앉아서는 연설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수정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종이를 영남권 유세 내내 들고 다니며 연설 틈틈이 읽었다. 후보 약력을 말할 때 자주 메모한 종이를 봤다. 각 지역 후보 이름이 낯선 탓에 대구 유세에서는 후보 이름을 잘못 말해 곧바로 정정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인기는 젊은 층이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많을 때는 200명 가까이 모이기도 했다. 경남 양산에서는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하자, 한 외국인 남성이 그 모습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반면 고령층 인구가 많은 울산 언양읍이나,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뛰는 창원 성산구에서는 모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안 대표는 오후가 되면 곧잘 목소리가 쉬었다. 체력이 견딜 만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하루를 한 달같이 살아야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빠듯한 영남 유세 일정 탓에 현안에 대해 질문할 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안 대표를 온종일 따라다녔던 기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12년 대선 캠프의 불통 논란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안철수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4월6일 경남 창원을 방문해 지역 후보들의 유세를 돕고 있다.

밤 9시쯤 상경한 안 대표는 김포공항에서 3월1일부터 시작한 ‘안철수표 마리텔’을 37일째 이어갔다. 그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3월1일부터 매일 밤 10분 정도씩 직접 방송을 진행해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침 기자회견에서 양당에 제안한 TV 토론을 언급하는 한편, “공약책임제도 함께 제안했는데 묵묵부답이다”라며 “덩치 값 좀 해, 어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의 총선 유세는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 지역구 유세조차 전국 순회의 한 일정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이날 저녁 영남권 유세 탓에 아예 지역구 유세는 접어야 했다. 지역구 당선과 정당 득표율 올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안 대표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목표가 이뤄질 때, 대권주자로서 안철수는 한 걸음 더 내딛게 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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