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Now) 짐을 내려놓으세요. 국제적인(International) 지도자, 이승만. 당신이 분투했던 위대함. 당신의 유산인 민주국가….’ 이렇게 시작한 시는 ‘우리는 당신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편안히 잠드십시오(Indebted, we are. In peace, you are)’로 끝난다. 〈투 더 프로미스드 랜드〉(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으로)라는 제목의 영시다. 이 시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제1회 건국 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를 맡은 복거일 소설가는 “외국어인 영어로 쓰면서 겪게 되는 긴 모색이 작품의 품격을 높여줬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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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긴 모색은 이승만 전 대통령(사진)을 찬양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N’으로 시작해 ‘I’로 끝나는 이 시의 각 줄 앞 글자를 연결하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였던 것. 입선작 〈우남찬가〉 역시 각 줄 앞 글자를 연결하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따위 단어가 완성됐다. 시는 마지막 연을 ‘보아라… 도와라… 연습하라… 맹위롭게 솟구친…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러운 나라에’로 맺었다. ‘보도연맹학살’이다.

자유경제원은 시상식을 연 3월24일로부터 11일이 지난 4월4일 뒤늦게 두 수상작의 입상을 취소했다.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문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자유경제원이 “교묘한 사술”이라 부른 이러한 작법의 시는 ‘이합체시(離合體詩:acrostic)’라고 불리는, 엄연히 존재하는 시의 한 종류다.

두 시가 풍자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풍자의 추함을 느끼게 해준 ‘개그’도 있었다. 개그맨 장동민씨가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한 콩트로, ‘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장씨는 극 중에서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를 두고 “오늘 며칠이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네”라는 대사를 했다. “부러워서 그랴.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양짝’으로 받잖아. 이게 재테크여, 재테크.” 장씨는 지난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생존자를 모욕한 혐의로 피소됐다가 고소 취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여성 혐오·장애인 비하 발언으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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