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2016 잘 찍어보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울 선거에서 대선이 보인다


국민의당 운명은 인천에서 갈린다


총선 성적표는 경기가 안다


새누리 과반 만든 ‘강원도의 힘’ 재현되나


김부겸·유승민에 흔들리는 대구


‘충청당’ 없는 충청의 표심은?


호남의 선택은 ‘파랑’일까 ‘초록’일까?


야권의 PK 약진, 이번에는 가능할까?

 

네 번째 대결, 이번에는 누가 웃을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최근 세 차례 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충청(충남·충북·대전·세종)의 ‘스윙’이 눈에 띈다. 2012년 총선에서는 전체 25석 중 새누리당 12석, 민주통합당 10석, 자유선진당 3석으로 나뉘었다(이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이 15석이 되었다).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3.68%,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45.83% 득표했다. 새누리당이 우위인 지형이었지만 2년 만에 뒤집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충남도지사·충북도지사·대전시장·세종특별시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을 이겼다.

그리고 2016년 총선을 맞았다. 그사이 충청의 정치판이 크게 변했다. 정치인으로 큰 꿈을 꾸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계를 떠났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역을 앞세우는 이른바 ‘충청당’도 사라졌다. 1995년 자민련 창당 이후 처음으로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둔 정당 없이 치르는 총선이다 보니, 구도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양상이다. 정권 심판이나 야당 심판보다 큰 인물 키우기가 충청권 유권자에게 더 먹혀들 것이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안희정 대선주자론’을 꺼내든 것이 상징적 장면이다. 문 전 대표는 3월29일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 더민주 강희권 후보 선거사무소에 들러 “안 지사의 시대가 내년 대선이 될지 그다음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혼자서는 안 된다. 충청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많이 만들어줘야 안 지사가 힘을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충청 출신 대권 주자를 염원하는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안희정의 사람’이 더민주 경선을 통과해 대거 본선에 진출했다. 김종민 후보(충남 논산·계룡·금산)는 충남 정무부지사, 조승래 후보(대전 유성갑)는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다. 박수현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와 나소열 후보(충남 보령·서천)는 충남도지사 공동선대위원장을, 이후삼 후보(충북 제천·단양)는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이들의 국회 진출 여부가 안 지사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해보는 주요 지표로 떠올랐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 / 연합뉴스〈/font〉〈/div〉‘대권 주자 힘 실어주기’는 충청권 총선의 키워드다.

충청에는 또 다른 ‘원외 잠룡’이 있다. 친박계에서 공공연하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충청 지역에서 친박계 인사가 대거 당선될 경우 실제로 ‘반기문 대망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청의 선택이 대권주자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세종시가 또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세종시 국회 분원’ 문제가 뒤늦게 불거졌다. 더민주에서 국회를 아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뒤, ‘국회 분원’ 정책으로 수정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미 새누리당이 가다듬어놓은 공약이었다면서 ‘정책 원조’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충청권 선거의 척도가 될 만한 지역 네 곳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충남 서산·태안
친박 vs 친노 vs 친이

사실상 ‘2여1야’ 구도다. 새누리당 성일종, 더불어민주당 조한기, 무소속 한상율 후보가 뛴다. 국세청장을 지낸 한상율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다가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컷오프당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박연차 게이트’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친이 인사로 분류된다. 공천 탈락 직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 후보는 “새누리당만 여당이 아니다. 친박의 불공평한 공천으로 무소속 출마한 사람도 여당이다”라는 공보물을 돌리며 자신이 여권 후보임을 강조한다. 반면 국민의당 조규선 예비후보는 본선 등록을 포기했다. 충청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치러지는 여야 구도라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역 김제식 의원을 꺾고 성일종 고려대 겸임교수가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성일종 후보는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의원의 동생이다. 성완종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기 전까지 이 지역 19대 국회의원이었다. 그 인맥이 작용한 덕인지 정치 신인인 성 후보가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인 김제식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제쳤다.

지역 정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친박을 겨냥했던 ‘성완종 리스트’ 당사자의 동생에게 공천을 주자 지역에서 별의별 말이 다 나온다. 그 리스트로 지역의 큰 인물이었던 이완구 전 총리가 날아갔다는 데 반발한 일부 당원이 한상율 후보에게 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성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31일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함께 지역구를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더민주 조한기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세 번째 출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28.31%, 2014년 7·30 재선거에서는 37.76%를 득표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SNS 지원단장으로 뛰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3월12일 그의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는 배우 문성근씨와 이창동 영화감독이 참석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한명숙 전 총리의 비서관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의 3파전은 결과적으로 ‘친박-친노-친이’가 맞붙는 모양새가 되었다.

 

세종
‘정무적 판단’의 결말은?

“요새 세종시를 다녀보면 제 별명이 ‘정무적 판단’이 되어 있다. 시민들이 왜 이런 말을 해야 되나. 이번 선거가 끝나는 대로 당의 중심을 제가 다시 잡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3월30일 후보자 토론회에 나온 무소속 이해찬 후보의 말이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컷오프시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겨냥했다. ‘당선 이후’까지 염두에 둔 그의 발언으로 세종시 선거가 더욱 뜨거워졌다. 이 후보의 생환 여부에 따라 향후 더민주 내 역학구도까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 분위기는 이해찬 후보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현재 세종시는 ‘1여 다야’ 양상이다. 새누리당 박종준, 더민주 문흥수, 국민의당 구성모, 민중연합당 여미전, 무소속 이해찬 후보 모두 5명이 출마했다. 대통령경호실 차장과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는 ‘진박’으로 분류된다. 지난 1월 ‘진박 감별사’라 불리며 지역 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던 최경환 의원의 식사 자리에 박 후보 또한 한 석을 차지했다. 박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공주에 출마했다가 43.68%를 득표해 47.87%를 얻은 박수현 의원에게 근소하게 졌다. 이번에 공주 지역구가 일부 조정되면서 출마 지역을 세종시로 옮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판사 재직 시절 ‘사법개혁’을 주도해온 문흥수 변호사를 막판에 전략공천했다. 문 후보로서는 지역 당심 수습이 시급하다.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된 데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 시의원 7명이 이해찬 캠프에 공개적으로 합류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등 집안 정리로 여전히 진통을 앓는 모습이다.

문흥수-이해찬 후보 간의 단일화 논란에 대해서도 문 후보가 선을 그었다. 그는 선거 완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여론조사는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와 무소속 이해찬 후보의 박빙 흐름이다. 선거 막판까지 후보 단일화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 조정 후폭풍은?

‘JP 대 안희정.’ 이 지역 구도는 충청 인물론이 과거와 미래로 맞붙은 모양새다.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의 후원회장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다. 김 전 총리의 고향이 부여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는 2010년 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박수현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유일한 ‘안희정계’로 분류된 의원이기도 하다.

‘스펙’은 정진석 후보가 화려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16·17·18대 국회의원(16대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공주·연기 지역 의원, 17대 무소속 공주·연기 지역 의원, 18대 비례의원)을 지냈다. 박수현 후보 또한 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원내대변인을 두루 역임하는 등 초선임에도 여의도 정치에서 만만찮은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큰 인물에 대한 갈망이 있는 충청에서 김종필과 안희정의 자장권 아래 있는 이들이 어떤 성적을 받아내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당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어학원 대표인 전홍기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선거구 조정도 변수다. 현역인 박수현 의원은 19대 당시 공주에 출마했는데, 선거구 조정으로 부여와 청양이 합쳐졌다. 부여·청양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지역구였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있던 지역이 편입된 터라 박수현 의원으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공주의 유권자 수는 9만4000여 명, 부여·청양은 8만9000여 명이다. 정진석 후보와 박수현 후보는 모두 공주 출신이다.

 

충남 논산·계룡·금산
6선이냐, 안희정이냐

4년 만의 리턴매치다. 2012년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출마한 이인제 후보가 42.36%를 득표해 민주통합당 김종민 후보(39.85%)를 꺾었다. 19대 총선이 ‘새누리당 대 민주통합당 대 자유선진당’ 3자 구도였다면, 지금은 ‘새누리당 대 더민주 대 국민의당’ 3자 구조다. 국민의당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처장을 지낸 이환식 후보가 뛴다.

여러 차례 당을 옮기면서도 6선을 기록한 새누리당 이인제 후보는 현재 ‘친박’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서청원 의원 등과 함께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웠다. 6선의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집권 여당 중진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이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네 차례 연속 당선됐다(19대 자유선진당 42.36%, 18대 무소속 27.67%, 17대 자민련 44.85%, 16대 새천년민주당 65.37% 득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더민주 김종민 후보는 ‘안희정 사단’의 대표 격이다. 정무부지사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일했다. 안 지사와는 대학 시절 각각 고려대와 서울대 운동권을 대표하며 30년 인연을 이어왔다. 김 후보는 지난해 12월 출마 선언 때부터 ‘안희정 마케팅’을 펼쳤다. 그는 “안희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한다. 논산·계룡·금산에서 우리의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2014년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안희정 지사는 정진석 후보와 겨뤄 논산 60.21%, 계룡 53.25%, 금산 51.02%를 득표했다. 논산은 안 지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김종민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강조한다. 이인제 후보가 장기 집권하면서 유권자들 사이에도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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