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2016 잘 찍어보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울 선거에서 대선이 보인다


국민의당 운명은 인천에서 갈린다


총선 성적표는 경기가 안다


새누리 과반 만든 ‘강원도의 힘’ 재현되나


김부겸·유승민에 흔들리는 대구


‘충청당’ 없는 충청의 표심은?


호남의 선택은 ‘파랑’일까 ‘초록’일까?


야권의 PK 약진, 이번에는 가능할까?

 

네 번째 대결, 이번에는 누가 웃을까?

 

부산·경남은 묘한 곳이다. 중요한 선거 때마다 늘 ‘야권의 약진’을 전망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번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야권으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번 4·13 총선에서도 야권의 약진은 미몽에 불과할까? 지난 2월 설 연휴 때 부산·경남을 찾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어두웠다. 특히 부산 지역의 경우 ‘18대0’으로 야권 참패를 전망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이유는 이랬다.

 

첫째, 2012년과 비교해서 흥행 카드가 없다. 당시 문재인·문성근 등 스타급 정치인이 낙동강 벨트를 공락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위세가 여전히 등등하다. 셋째, 부산 유일의 3선 야당 의원이었던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선거 여건을 종합하면 4년 전보다 나쁘다는 진단이었다.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야권에서는 2016년 총선이 제대로 된 ‘첫 번째 진지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슨 말일까. 야권의 부산·경남 공략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등에 업은 야권은 부산·경남에 대규모로 출마해 6석(열린우리당 4석, 민주노동당 2석)을 얻는다. 1988년 총선 이래 야권의 최고 성적표였다. 그러나 이후 현 제1야당의 몰락과 더불어 야권 지지세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2012년 총선은 8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제1야당 소속 정치인이 대거 도전장을 내민 선거였다. 성적표는 시원찮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접전을 펼쳤다. 이번 총선에서는 4년 전 출전했다 낙선한 후 바닥을 다져온 상당수 정치인이 재도전한다. 이들 가운데는 박재호(남구을), 전재수(북구·강서갑), 정진우(북구·강서을), 최인호(사하갑) 후보처럼 10년 넘게 지역주의의 벽을 두드렸던 이들도 있다. 더민주의 영남권 총선을 지원하기로 한 문재인 전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내는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새누리당은 부산 지역 공천에서 김무성 대표 등 현역 의원을 한 명도 교체하지 않았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에 고무적이다. 부산의 전재수 후보를 비롯해 김경수(경남 김해을)·민홍철(김해갑) 후보 등이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세간의 관측을 깨고 야권 후보가 선전하는 데에는 새누리당의 공천 영향이 크다. 현역 물갈이를 원한 지역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 한 명도 교체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대외적으로 부산·경남 40석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지표를 보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의 경우 부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후보가 출마했지만, 눈에 띄게 선전을 펼치는 지역은 아직 없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3월20일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배재정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의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부산진갑
김영춘의 두 번째 복귀전

최대 상업지역인 서면을 끼고 있는 부산진갑은 노령 인구가 많아 부산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하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35.8%)가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39.5%)에게 3.7%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패하면서 화제가 됐다. 두 후보의 표 차는 3598표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두 후보가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인다. 4년 전에는 무소속 정근 후보가 24.7%를 득표하며 여권 성향의 지지표를 가른 것이 박빙 승부의 배경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정근 후보는 새누리당 경선에서 나성린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펄쳤다. 경선 이후 정 후보가 나 후보를 허위 여론조사 결과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두 후보 사이에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18대(비례대표)·19대에 이어 3선에 도전하는 나성린 후보는 지역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재개발사업 정비, 사직운동장∼개금사거리 지하철 타당성 조사, 청소년여가선용센터 건립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민주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후보도 3선 도전에 나선다. 서울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열린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휴지기를 가진 김 후보는 2011년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귀향한 뒤 표밭을 일궈왔다.

김 후보는 여의도에 입성할 경우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재선 후 부산 3선’이라는 이력으로 김영삼-노무현을 잇는 부산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에 이어 또 다른 부산·경남 출신 야권 대선주자가 탄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북구·강서갑
엎치락뒤치락 최대 격전지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와 더민주 전재수 후보의 세 번째 맞대결이다. 지난 두 차례 대결에서 박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격차가 줄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18.8%포인트 차이였다가 19대 총선에서는 4.79%포인트로 줄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 후보도 ‘3선 도전’을 강조한다. 힘 있는 중진 의원을 배출해 낙후한 서부산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만덕3터널 공사 등 지역 숙원사업을 추진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복합문화체육관 건립, 만덕~센텀시티 지하고속도로 건설 등 굵직한 공약을 내걸었다. 외무고시·사법고시를 통과한 검사 출신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6부산총선시민네트워크가 박 후보를 최근 낙선 대상자에 포함시킨 것이 악재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주도한 과거 발언 때문이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한 전재수 후보는 3전4기에 나선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북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래 네 번째 선출직 도전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전 후보를 이번 총선의 기대주로 꼽아왔다. 3월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2000명이 넘는 주민이 몰리면서 부산에서 보기 드물게 야권 지지자의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오랜 세월 지역에 밀착한 결과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도 호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 전 후보의 강점이라고 본다.

 

경남 김해을
천하장사 vs 노무현 비서관

이력이 특이한 두 후보가 경남 김해을에서 맞붙는다. ‘천하장사’ 출신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다. 이만기 후보는 2004년 17대 총선 때 경남 마산·합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김경수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고배를 들었다.

이만기 후보가 ‘초등학교 무상급식 시행’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같은 당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각을 세운 것이다. 김경수 후보는 “무상급식이 중단될 때 뒷짐 지고 있던 새누리당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나섰다”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상 지지도는 김경수 후보가 이만기 후보를 앞선다. 3월22일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경수 후보(54.5%)는 이만기 후보(35.9%)보다 18.6%포인트 앞서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전 조사들에서도 김 후보가 우세한 흐름이었으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만기 후보 측은 이 조사를 평가절하했다. 캠프 관계자는 “김해시장 (재선거) 경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우리 당원들이 ‘역선택’을 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는 지역을 워낙 몰랐다. 낙선 뒤 동네 계모임까지 챙겨왔다. 2014년 도지사 선거 때도 김해을에서는 우리가 5000표 가까이 이겼다”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갑
4전5기냐, 현역이냐

경남 양산갑은 부산·경남 정치권에서 새롭게 주목하는 지역구다. 하나의 선거구였던 양산이 갑·을로 나뉘면서 선거 지형이 바뀌었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했던 양주동이 양산을 선거구로 넘어가면서 여권에게 유리해진 반면, 물금읍 신도시에 지난 4년간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야권에게도 해볼 만한 지역이 되었다. 지역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선거구 전체 인구 중 절반이 사는 물금읍의 유권자 지형이 달라지면서 야권에게 유리한 환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현역인 새누리당 윤영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송인배 후보의 재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서울시 마케팅담당관 출신인 윤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원내대변인을 지내는 등 초선으로 승승장구해온 인물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40대의 송인배 후보는 재보선을 포함해 국회의원 도전만 다섯 번째다. 지난 네 차례 선거에서 모두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양산이 갑·을로 나뉘기 전인 19대 총선에서는 52.30%를 득표한 윤 후보가 46.69%를 얻은 송 후보를 눌렀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홍순경 후보도 가세해 3자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놓고 국민의당 후보가 더민주 책임론을 제기하며 완주 의사를 밝히는 등 야권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단일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송 후보를 크게 앞지른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판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젊은 유권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유선전화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숨은 표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야 모두 파악 중이다.

 

경남 창원·성산
자칫하다 큰코다친다

창원은 울산과 더불어 ‘영남권 진보 벨트’의 핵심 축이다. 노동자 밀집 지역이라 노동계 표심이 총선 결과를 좌우하는 곳이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 지역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 더민주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야권의 탈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역인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 49.04%를 득표해 배지를 달았다. 당시 야권 후보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린 것이 패인이었다. 두 당 후보 득표수의 합계가 당선자보다 많았다. 노회찬 후보 측은 더민주 허성무 후보와 단일화가 무리 없이 진행된 만큼 야권표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지역이지만, 판세 전망은 엇갈린다. 여권에서는 성산구 집값이 도내 최고가로 치솟는 등 유권자들이 보수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새누리당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노회찬 후보가 이름값만으로 안이하게 선거를 치렀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 후보 측도 이런 변화를 잘 알고 있다. 뒤늦게 지역구에 뛰어든 만큼 새벽 5시에 기상해 밤늦게까지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19대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지만 ‘삼성 X파일’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 후보가 노동자 도시에서 생환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언론인 출신인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는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젊은 층 유권자에게 파고들고 있다.

기자명 이오성·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