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2016 잘 찍어보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울 선거에서 대선이 보인다


국민의당 운명은 인천에서 갈린다


총선 성적표는 경기가 안다


새누리 과반 만든 ‘강원도의 힘’ 재현되나


김부겸·유승민에 흔들리는 대구


‘충청당’ 없는 충청의 표심은?


호남의 선택은 ‘파랑’일까 ‘초록’일까?


야권의 PK 약진, 이번에는 가능할까?

 

네 번째 대결, 이번에는 누가 웃을까?

 

 

인천 지역의 20대 총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연 많은 사람들의 각축장’이다. 각각의 사연이 애처롭다.

인천시장과 국회의원을 각각 두 차례 지낸 안상수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중구·동구·강화·옹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새누리당 대표와 사회부총리를 역임한 황우여 의원은 텃밭인 연수구에서 서구을로 밀려났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던 윤상현 의원은 김무성 당대표에 대한 욕설 파문 탓에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해 남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문대성 의원의 사연은 더 복잡하다. 19대 총선 때 부산 사하갑에서 당선된 문 의원은 논문 표절 시비로 인해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어렵게 복당했다. 그 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를 번복하고 지역구를 고향인 인천 남동갑으로 옮겼다. 남동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조전혁 후보는 재산신고 내용이 안타깝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후 고소당해 거액의 벌금을 선고받은 그는 빚만 10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남동을은 야권 연대가 이뤄진 상태라 선거 또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한 후 원래 지역구인 계양을로 돌아왔다. 현재 계양을이 지역구인 최원식 의원은 탈당 후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바로 옆 계양갑 선거구에서 3선을 지낸 신학용 의원은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입법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역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부평갑의 문병호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을 맡아 야권 단일화에 맞서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본인조차 3선이 쉽지 않은 처지다.

다른 후보자들도 나름의 사연들이 다 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인천 지역 선거구 13곳의 등록 후보 45명 가운데 44.4%(20명)가 전과 기록이 있다. 재범 이상도 8명이나 된다.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도 있지만 사문서 위조, 폭력,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인천 지역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은 38억9000만원으로 일반 국민 자산(2억8000만원)의 11배, 전국 후보자 평균(13억원, 비례대표 후보 21억원)의 3배에 달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전체 12개 지역구를 여당과 야당이 6석씩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전반적으로 여당은 서쪽 해안 지역에서, 야당은 서울과 가까운 동쪽 지역에서 주로 당선되어 ‘서여동야’ 구도를 형성했다. 1석이 늘어나 13석이 된 이번 20대 총선은 어느 쪽이 우세할까? 일단 지역 정가에서는 인천 지역 총선 구도를 ‘다여다야’ 구도로 본다. 안상수·윤상현·조진형 등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여권 후보가 많고, 국민의당 현역 의원도 3명(신학용·문병호·최원식)이나 되어 수도권에서 국민의당 세가 강한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안상수 후보(왼쪽)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오른쪽은 계양을의 송영길 후보.

 

남동을, 연수갑, 연수을
야권 연대의 모범을 보이다

다여다야 구도인 인천 선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 3월23일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부터다. 양당의 인천시당은 인천 13개 선거구의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전국에서 야권 연대가 가장 잘 이뤄진 곳이 바로 인천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탈락자들은 상대방 선거운동까지 돕고 있다.

특히 남동을은 야권 연대가 모범적으로 이뤄진 곳으로 더민주 윤관석 후보가 ‘범야권 후보’ 타이틀을 얻었다. 윤 후보가 정의당 배진교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하고 국민의당 홍정건 후보가 ‘야권 승리를 위한다’며 사퇴했다. 배 후보는 윤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구청장 경험이 있고 지역 조직력이 탄탄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윤 후보와 맞서 싸울 새누리당 후보는 조전혁 전 의원이다. 새누리당 인천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명예회복을 노리는 조 전 의원의 여의도 복귀는 야권 연대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수을 선거구에서도 적극적인 야권 단일화의 조짐이 보인다. 국민의당 한광원 후보가 더민주 윤종기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단일화 제안자가 더민주 쪽이 아니라 국민의당 쪽이라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연수을은 이번에 신설된 선거구로 송도 신도시가 포함되어 있어 새누리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 이웃 연수갑 선거구에서는 역으로 더민주 박찬대 후보가 국민의당 진의범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했다. 서구을 선거구에서도 더민주 신동근 후보가 국민의당 허영 후보에게 단일화를 부탁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상임위원장을 지낸 황우여 의원이 나섰지만 단일화가 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남구을, 중구·동구·강화·옹진
‘박근혜의 남자’가 사는 법

격전지는 아니지만 인천 지역구 가운데 전국적 관심이 쏠린 곳이 바로 남구을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컷오프당한 뒤 탈당한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유승민·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무공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새누리당은 이곳에 김정심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김 위원장은 계양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터라 (윤상현 살리기) ‘꼼수 공천’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의원은 3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의 지지도 추세면 그냥 돌아오는 게 아니라 화려하게 복귀하리라 예상된다. 다른 세 후보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몰이도 확실하게 했다. 윤 의원 측은 동반 탈당한 시의원과 구의원 및 당원이 3500여 명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인천항운노조까지 윤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비해 남구을의 야권 상황은 암울하다. 국민의당이 강력한 장벽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은 “더민주 친노 패권주의를 깨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으로서는 현역 의원이 3명이나 있는 인천광역시를 수성해야 하는 처지라 야권 단일화에 특히 방어적이다.

일단 더민주와 정의당은 단일화에 성공해 정의당 김성진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야권 단일 후보’라는 명칭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는 3월30일 정의당 김성진 후보가 ‘확정 야권 단일 후보’라고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법원에 ‘현수막 게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안 후보도 김성진 후보와 연대를 하지 않으면 윤상현 의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윤 의원에 1만3000표 차이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번에는 지지율이 그리 높게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천시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중구·동구·강화·옹진 선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곳에서는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와 무소속 안상수 후보가 각축하는 양상이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단일화해서 정의당 조택상 후보를 단일 후보로 냈지만, 국민의당 김회창 후보와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여권 후보와 삼각구도를 형성할 수 있지만 각자 출마할 경우 여권 후보들과 격차가 커서 추격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두 번이나 인천시장을 했던 안 후보의 영향력 때문인지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예비후보 4명이 무소속인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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