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격전지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긴급 기획안이 올라왔다. 선거 막판 최대 이슈가 야권 단일화인데 가상 대결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본 데이터는 없으니, 전국적 관심사가 높은 몇 개 지역만이라도 우리가 직접 여론조사를 돌려보자는 제안이었다.

뉴스가 될 아이템이기는 했다. 당장 서울 노원병에서 이준석(새누리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만일 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더민주 황창화 후보의 표가 안 후보에게로 몽땅 가서 안정적 승리가 예상될지 아니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의 권역별 판세와 격전지를 망라한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도 드러나듯, 야권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당락이 달라질 것으로 점쳐지는 박빙 선거구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고심 끝에 조사를 접었다. 만만찮은 비용도 부담이지만, 더 큰 우려는 정확도였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대체로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반반 섞어서 진행한다. 과거에는 유선전화만 사용했지만, 집 전화가 없거나 낮에 집을 비우는 유권자의 경우 여론조사에 잡힐 확률이 낮아서다. 그런데 전국이 한 선거구인 대선과 달리 지역마다 유권자가 다른 총선에서는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수월치 않다. 그 지역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만 골라내기가 난망한 탓이다. 그렇다 보니 요즘 발표되는 총선 여론조사의 경우 대부분 유선전화를 사용하는데, 그만큼 오차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최초 공표일로부터 24시간(일간지 기준)~48시간(잡지 기준) 이내에 그 내용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그 때문에 배달에 상당 시간이 걸리는 주간지로서는 독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기 전에 이미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단일화 반대를 천명한 이상 단일화 조사 결과가 아무리 흥미롭게 나온들 실제 반영될 가능성 또한 낮다. 국민의당 처지에서는 이번 총선이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한 정당 지지율 높이기, 본선 출마 한풀이 따위 다양한 의미가 있는 만큼, 정부·여당 견제보다 독자 완주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이처럼 총선 여론조사가 이런저런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 투표 당일 출구조사를 준비 중인 방송사들도 고민이 적잖은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공중파 3사와 JTBC 등은 ‘예상 의석수’의 범위는 최대한 늘리면서 이를 상쇄할 다른 이벤트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쓰임새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신세는 어째 자꾸 초라해지는 듯하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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