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입학한 아이들로 학교가 싱그럽다. 올해는 새삼스레 꼬박꼬박 학교에 와주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요즘 세상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청난 용기와 결단’을 보여준 학부모들도 존경스럽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학교는 이미 ‘낭떠러지’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구절벽 상황을 맞았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금쪽같이 귀한 존재가 되어간다.

농어촌 초등학교 얘기가 아니다. 100만명에 가까운 성남시 인구는 매년 늘어나지만 학생 수는 줄고 있다. 성남시 관내 68개 초등학교 중에서 판교와 분당의 일부 학교를 제외한, 81%에 해당하는 55개 학교에서 학생 수가 작년보다 줄었다. 한 해에 100명 이상씩 줄어드는 학교가 나온다. 지방대학뿐 아니라 대도시 공립학교에서도 ‘학생 모셔오기’ 전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2010년 1000만명이 넘던 학령인구는 2015년 887만명을 거쳐 2020년에는 775만명으로 예상된다. 만 6세 이상부터 21세까지 인구를 일컫는 학령인구가 불과 10년 사이에 220만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과밀학급 해소와 경쟁교육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좋은 면을 보기도 하지만, 실은 핵 위험이나 한반도 전쟁 못지않게 국가 존립의 근간을 위협하는 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1.2명 이하의 출산율로는 나라를 지탱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는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일상적인 삶의 형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과정마다 엄청난 고뇌와 결단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 기쁨과 기대보다는, ‘흙수저’를 쥐게 할 부모로서의 원죄에 대한 자기검열을 먼저 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으며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이 말을 선뜻 믿고 아이를 낳을 부모는 많지 않다. 고용·보육·교육은 한 세트다. 특히 보육과 교육은 출산율 저하의 직접 원인이다. 지금의 무한경쟁 교육은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 각종 씀씀이를 다 줄여도 교육비 지출은 늘어나는 이유다. 심지어 미혼 남녀 26.7%가 결혼도 하기 전에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하니 말 다했다.

여당 대표의 표현대로 한국 인구 시계는 ‘파멸 5분 전’을 가리킨다. 문제는 해법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조선족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고, 아이 많이 낳는 순서대로 공천’하는 방법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긴 하지만, 조선족 180만명 중 가임기 여성 모두를 모셔온다고 한들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마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기 위한 레토릭이었을 것이다. 젊은 층 이민을 대량으로 받아들여 다인종 이민국가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라면 말이다.

보육과 교육에 돈을 쓰면 일자리도 늘어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으면 보육과 교육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목과 건축,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을 보육과 교육으로 대폭 돌려야 한다. 무상보육, 아동수당 지급, 고교 의무교육, 대학평준화, 반값등록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도입 시기와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똑같은 10억원을 보건교육복지 분야에 지출하면 16.85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건설 분야에 지출하면 13.17명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2000년대 보건교육복지 사업부문 총지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8.2%인 반면 건설업 기여율은 4%였다고 한다. 이는 보육과 교육을 위한 복지 지출이 저출산 대책을 넘어 고용 증대와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사회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당장 대규모의 학교 통폐합, 과원 교사 정리, 대입 정원이 지원자 수보다 많아지는 2년 뒤부터의 대학교 존립 여부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사라지는 마을에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의 학교와 사회, 미래의 희망까지도 아이들 소리처럼 희미해져가고 있다.

기자명 안순억 (성남 운중초등학교 교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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