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팬 웅덩이에서 올라오는 역한 기름 냄새가 연방 코를 찔렀다. 유전도 아닌 이곳에 웬 기름 냄새일까?

3월8일 동양대 북서울캠퍼스 조성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동두천시의 옛 ‘캠프캐슬(Camp Castle)’. 주한 미군 2사단 공병대가 1953년부터 60년 넘게 주둔하다 1년 전인 2015년 3월에 반환한 땅이다.

반환 당시 환경부는 ‘캠프캐슬 환경오염 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지의 42%가 오염되었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무슨 영문인지 미군 측의 정화 조처 없이 오염된 땅을 돌려받았다.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미군 기지를 국방부로부터 매입한 동양대는 미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학생들의 기숙사와 도서관으로 사용하겠다며 캠퍼스 조성 작업에 들어갔고, 학생도 이미 400명을 모집했다. 대학과 국방부는 캠퍼스 조성을 위해 오염된 토양을 완전히 제거하여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기지와 맞닿은 마을에 기름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민원이 계속되자 국방부는 굴삭기를 동원해 땅을 파 내려갔다. 지난 60여 년간 기름을 머금은 토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기지 바깥쪽이 이 정도인데 안쪽은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라며 제대로 된 토양 정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염된 미군 기지의 토양 정화에 보통 3~4년 걸리던 걸 감안할 때, 캠퍼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할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건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조남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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