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로 기업만 재미 보면 안 되잖아요
  • 이종대 (옐로데이터웍스 전략담당)
  • 호수 444
  • 승인 2016.03.25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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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으로 아낀 비용이나 추가로 창출된 잉여는 대부분 기업에 귀속된다. 거칠게 말하면 이 또한 일종의 횡령이다.

흔히들 데이터를 미래의 원유라고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인류는 정보 기술(IT) 시대에서 데이터 기술(DT)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알파고의 비약적인 성장도 데이터 기술의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기술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데이터 기술로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지 피부에 와 닿게 느끼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을 때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을 때, 혹은 더 올라가 채윤이 종이를 발명했을 때, 그 순간이 인류 역사에 어떤 분기점이 될지 실감하고 전율했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오늘날 데이터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원적 목표인 ‘이윤 극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매출을 유발하는 사업 기회와 더 적은 리스크, 더 낮은 비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진보를 향해 지난 몇백 년간 돌진해왔다. 포드주의와 테일러주의를 통해 생산 과정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공정을 쪼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렸다. 모두 생산성 증대를 통해 생산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생산 로봇의 등장, IT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도 결국은 운영비를 감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1월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및 서비스 구축 설명회’.

데이터 기술이 강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로켓 배송에서 데이터 분석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배송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물품을 트럭 안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최적화함으로써 쿠팡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창업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매출 4000만원을 달성했던 전기자전거 회사 A2B코리아의 경우, 세밀하게 겨냥한 페이스북 광고로 핵심 고객에게만 집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불필요한 광고비를 아끼고 더 큰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뿌리고 기도(spray and pray)”하던 과거의 비효율적인 광고 문법에 데이터 분석이 접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뚜렷한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뉴 노멀’ 시대에 데이터 분석은 더 빛을 발한다. 돈 되는 고객과 시장에 더 집중하게 하고, 돈 안 되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의 다른 말은 ‘차별하기’다. 더 높은 생애가치(한 고객이 장기적으로 특정 기업을 이용하며 창출하는 가치)가 있다고 추정되는 고객군을 선별해 추천과 프로모션을 집중함으로써 더 많은 매출을 짜낸다. 수익성이 낮거나 리스크가 큰 고객은 사실상 주목하지 않거나 배제한다.

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합의’ 뒤따라야

앞으로 데이터 분석 기술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다. 현재보다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은 거의 필수적이다. 모든 금융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원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리스크’다. 데이터 분석은 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상품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전 세계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창출된 잉여가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공정하게 공여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 분석으로 아낀 비용이나 추가로 창출된 잉여는 대부분 기업에 귀속된다. 데이터의 원천이 되었던 제공자들은 몇 푼의 포인트나 쿠폰을 얻어갈 뿐이다. 거칠게 말하면 이 또한 일종의 횡령이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려면 데이터 분석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저해하는 법적 규제나 인식 문제도 차차 개선되어가야 한다. 단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과 제공받은 주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는지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미래의 원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데이터 기술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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