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톡 검색하면 왜 ‘추천인’ 뜨죠?
  • 이상원 기자
  • 호수 444
  • 승인 2016.03.2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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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 80만명이 가입했다. 출시 두 달여 만이다. 은행에서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에 왜 이용자들이 모였을까. 직원들에 대한 은행 측의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모바일 메신저 사업이 에어컨 장사라면 한국은 남극이다. 카카오톡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서다. 그런데 IT기업도 아닌 은행이 메신저 사업에서 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는 출시 두 달여 만에 80만명이 가입했다.

위비톡은 개량된 기능을 내세운다. 메시지를 회수하거나 그룹 대화방에서 특정 사용자에게 귓속말을 보내는 등 카톡에 없는 기능이 있다. 여러 기기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카카오톡은 한 계정으로 모바일 기기 1대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홍보도 적극적으로 했다. 2월부터 ‘국민 MC’ 유재석을 내세운 TV 광고를 황금시간대에 내보냈다. 우리은행이 TV에서 광고를 한 것은 5년 만이다.

하지만 메신저 이용자들은 우수한 기능이나 유명한 광고 모델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는 특수한 상품이다. 메신저를 선택하는 절대 기준은 ‘사용하는 사람의 수’다. 많이 쓰는 제품에 사람이 더 들고, 적게 쓰는 메신저는 사람이 준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고 불렀다. 카카오톡은 네트워크 효과로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켜왔다. 2014년 검경의 사찰 논란으로 신뢰에 큰 흠집이 난 이후에도 카카오톡은 건재했다. ‘사이버 망명’을 선언한 이용자들 대다수가 머지않아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 2015년 4분기 카카오톡 실사용 인구는 4006만명으로, 사실상 스마트폰 이용자 전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위비톡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설치된 캐릭터 ‘위비’.

카카오톡이 점령한 ‘남극’에서 위비톡이 판로를 확대한 숨은 비결은 따로 있었다. 우리은행 직원들의 ‘영업’이다. 다른 메신저들과 달리, 위비톡은 처음 설치할 때 ‘추천인 행번’을 쓰는 칸이 있다. 행번은 은행에서 직원에게 발급하는 사원번호다. 위비톡 관리자인 우리은행은 행번을 통해 ‘누가 누구를 가입시켰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위비톡을 검색하면 ‘추천인’이 연관 검색어로 붙는다. 관련 게시물 대부분이 “위비톡에 가입하고 추천인으로 이 행번을 적어달라”는 내용이다.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은행에서 위비톡 가입 실적을 매일 온라인에 고시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고객 몇 분에게만 권유했다. 전 지점의 위비톡 가입 실적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압박을 받았다. 며칠 뒤부터 ‘인당 100명씩 가입’으로 일괄 지시가 내려왔다.”

A씨에 따르면 실적 게시는 직원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3월1일 우리은행 광양포스코지점에서 일하던 박 아무개 계장이 단합대회 중 쓰러져 숨졌다. A씨는 “동료들은 ‘과로사 아니겠나’라고 추측했다. 이후 프로모션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위비톡 데이터베이스로 추가 영업할 계획”

위비톡은 지난해 5월 우리은행에서 출시한 ‘위비뱅크’와 연동돼 있다. 위비뱅크는 모바일에서 은행 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간판 서비스는 사실상 소액 대출이다. 은행은 위비톡으로 확보한 개인 연락망을 통해, 소액 대출을 비롯한 금융상품을 ‘추가 영업’할 수 있다. 메신저로서는 카카오톡을 넘지 못하더라도, ‘미끼 상품’으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위비톡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추가 영업을 할 계획인 것은 맞다. 그러나 본점에서 직원들의 위비톡 가입 실적을 체크하거나 할당량을 지정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박 아무개 계장의 과로사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일이 많아서 죽겠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과로사’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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