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고 본다. 최소한 1집과 2집 때까지는 말이다. 서태지는 사실상 기획사가 만들어내지 않은, 그야말로 작가적인 의미의 대중문화 아이콘으로서 최극단의 마지막 세대였다는 느낌이다. 서태지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기성세대와 차별화되고 있다는 선민의식을 갖던 때가 있었다. 기성세대가 서태지의 음악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했으면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3집 때부터 뭔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태극기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초현실적이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국가대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그 대형 태극기보다 더 큰 욕망이 거기 있었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밥 딜런은 “나는 당신들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서태지는 “나는 당신들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고 싶어요”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지속시키기 위해 은퇴를 감행했다. 더불어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서태지는 사랑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그 자신을 옭아매어 결국 ‘마니아만의 서태지’로 타자화하고 말았다. 업보다. 어쩌겠어. 곧 나올 앨범, 좋았으면 좋겠다. 서태지를 향한 우리의 사랑마저, 어쩌면 환상이었는지 모르겠다. 뱉고 나니 그것 참 쓸쓸하다. 아이고 내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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