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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뉴타운, 야당의 텃밭?

선거 현장의 예비 후보 가운데 뉴타운·재개발을 변수로 꼽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뉴타운·재개발은 선거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서울시 뉴타운 세 곳을 선정해 표심의 변동 추이를 분석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6년 02월 11일 목요일 제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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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지역은 선거 향배를 가르는 1차 변수로 꼽힌다. “젊은 세대가 많을수록, 도시일수록, 그리고 호남과 수도권에서 야권이 유리하다.” 정치권의 통념 중 하나다. 여야 모두 인구통계학과 지리적 특성에 근거해 지역구별 유불리를 따진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울 험지 출마론’이 힘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층이 밀집해 있는 서울은 통상적으로 야권에 다소 호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특별한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주거 형태다. 뉴타운·재개발로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은 2000년대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이명박·오세훈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시는 총 26개 뉴타운을 선정하며 2008년 18대 총선을 ‘뉴타운 선거’로 이끌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앞으로 뉴타운 일대가 여권의 텃밭이 될 것이다”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08년 18대 총선에서 뉴타운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다. 사진은 2008년 선거 당시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한 후보의 유세 장면.  
ⓒ연합뉴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뉴타운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다. 사진은 2008년 선거 당시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한 후보의 유세 장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뉴타운 거품은 꺼졌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뉴타운 후폭풍’이 야권의 악재로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뉴타운은 재개발·재건축의 복합단지 성격을 띤다. 지역 주민이 집단적으로 물갈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오래도록 야당의 텃밭으로 인식되던 서울 강북 지역이 문제였다. 지지 주민은 떠나고, 성향을 알 수 없는 신규 주민이 들어오면서 표심의 이동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뉴타운·재개발은 선거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사IN>은 입주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서울시 뉴타운 세 곳을 선정해 표심의 변동 추이를 분석했다. 1기 뉴타운으로 꼽힌 은평뉴타운(은평구 진관동), 길음뉴타운(성북구 길음1동)과 2기 뉴타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빨리 입주가 시작된 미아뉴타운(강북구 삼각산동)이다(아래 <그림 2> 참조). 세 곳 모두 뉴타운 구역 전체가 하나의 행정동으로 편성되어 대규모 이동 추이를 살펴보기에 적합했다. 정치권의 관측대로라면, 이 지역에서는 야권 표가 감소 추세를 보여야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
   
ⓒ연합뉴스


 

 

뉴타운 입주 이후 해당 지역 야당세 강해져

   
 

결과는 의외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의 경우, 뉴타운 지역에서 오히려 야당이 강세를 보였다. <그림 1>을 살펴보자. 세 곳 모두 현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도가 서울 평균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평구 진관동에서 박원순 시장의 득표율은 61.72%로, 서울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은평구 전체의 박원순 시장 평균 득표율인 58.97%를 상회한다. 은평뉴타운이 은평구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셈이다.
나머지 두 곳도 마찬가지다. 성북구 길음1동은 61.97%를, 강북구 삼각산동은 62.42%를 기록했다. 각각 성북구 평균 58.15%, 강북구 평균 56.69%보다 높은 수치다. 단순히 세 곳만 놓고 보면, 뉴타운 지역의 야당세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강하다.
특정 선거만의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역의 과거 투표 성향과 대조해봤다. <그림 2>에 실린 각 지역의 최근 12년간 선거 결과를 살펴보자. 은평뉴타운은 2002년 10월 뉴타운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뉴타운 1세대 지역이다. 뉴타운 논의가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 진관동(당시 진관내동·진관외동)은 은평구 내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가장 호의적인 지역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는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를 2300여 표 차이로 이겼는데, 그 가운데 1300표가 진관동에서 더 얻은 표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추이는 점차 변한다. 2010년 지방선거까지 여당이 선전했던 진관동은 2012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야권 후보(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지역구 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 바로 전체 유권자 수다. 2004년까지만 해도 1만7000여 명이던 진관동 유권자는 2008년 1700여 명으로 대폭 감소한다. 은평뉴타운 공사가 한창인 시기다. 기존 유권자 중 1만5000명 이상이 사라졌다.


신규 입주자의 표심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드러난다. 당시 진관동 유권자는 2만여 명, 야권 한명숙 후보의 득표율은 48.97%다. 당시 은평구 평균인 49.96%보다는 적지만, 서울 평균 46.84%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 추세는 2012년 총선을 지나 2012년 대선에서 격차를 벌렸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평균 대비 5%포인트 더 앞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4년 선거인 수는 3만7000여 명, 현재 인구 증가 추세를 볼 때 이번 총선에서 은평뉴타운의 유권자는 4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오세훈 전임시장 시절 편성된 뉴타운이 지금으로선 야당의 든든한 뒷배가 된 셈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08년 4월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
2008년 4월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러한 경향성은 나머지 두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로 나타난다. 2005년 4월 입주를 시작한 길음뉴타운은 2008년 총선부터 표심이 달라진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성북구 평균에 못 미친 야권 후보 지지율은 선거인 수가 2만1204명으로 늘어난 2008년 총선에서 지역구(성북갑) 평균을 넘어선다. 2010년 6월 입주를 시작한 미아뉴타운도 2012년 대선부터 야권 지지 성향이 확대되고 있다. 단, 미아뉴타운의 경우, 이미 1998년부터 주택재개발사업(1차 재개발)이 추진돼 2002~2003년에 7344가구가 입주했고, 이후 뉴타운(2차 재개발)으로 3957가구가 추가로 입주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표밭 물갈이 현상이 야권 중심으로 재편된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뉴타운 아파트 변수’도 세대나 자산 변수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교육과 주거 여건이 좋은 뉴타운 특성상, 30~40대 인구의 유입이 크게 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세대 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그림 3>에 나와 있는 연령분포 그래프를 살펴보자. 뉴타운 세 지역의 2000년 연령 분포(옅은 색)와 2015년 연령 분포(진한 색)를 비교한 자료다. 세 지역 모두 뉴타운·재개발 이전까지는 20대 거주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2015년 12월 현재 40~44세 구간이 가장 높게 나타나 있다. 30~40대 유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인구도 종전보다 증가했다. 40대의 투표 참여율이 20대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뉴타운 지역에서 야권 지지 성향을 가진 세대(20~40대)의 표가 늘어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세대만큼 중요한 요인이 자산 규모다. 당초 뉴타운 지역에 대한 야권의 불안감은 “일반 주택보다 아파트에 사는 유권자의 자산이 더 많고 보수적일 확률이 높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세 뉴타운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면적에 따라 4억원에서 10억원을 오간다. 결코 ‘서민 아파트’라고 부를 수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자산에 따른 지지 성향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내일신문>, ‘한국리서치’는 2014년 합동 패널 조사를 통해 그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지지 성향을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자산에 따른 여야 지지 성향은 ‘총자산 규모 4억원’에서 갈렸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부채를 포함해 총자산이 4억원 이상이면 여당 지지 성향을, 4억원 이하면 야당 지지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 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서강대 서복경 박사는 “주택 매매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2014년 기준 한국 평균 가계부채가 1억5000만원 정도인 걸 감안하고 생각해야 한다. 같은 크기 집도 부채가 얼마냐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은행 빚을 떠안은 유권자의 경우 뉴타운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해서 보수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월세로 사는 유권자까지 포함하면 뉴타운 지역의 야권 지지 가능성은 더 올라간다.
선거 현장을 직접 누비는 정치권 인사들은 인구나 자산 변수 외에 아파트 자체의 특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지역 새누리당 현역 의원의 관계자는 “서민 임대 아파트가 같이 있을 경우, 아파트가 많다고 해서 여당에게 유리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15년 2월10일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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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10일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야권 인사들은 조금 다른 요인을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동네가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여당에게 악재’라고 진단한다. 왜 그럴까. 아파트가 ‘모든 걸 허물고’ 들어서기 때문이다. 오래된 동네에서는 관변단체를 비롯한 기존 ‘주민조직’이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기존 조직이 해체된다. 전통적인 방식의 조직 동원 선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전략통은 “관변 성격이 짙었던 동네 커뮤니티가 아파트로 인해 해체되면서 오히려 야권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바뀌면서 현장에서 뛰는 후보들도 표심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서부권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아파트가 많은 동네에서는 주민과의 접촉이 출퇴근길로 제한된다. 가정별 방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조직적인 접근이 가능한 통로는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자협회 정도인데, 이마저도 새로 생긴 아파트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 생긴 아파트가 몰려 있고, 임대 아파트 비율이 높고, 기존 커뮤니티가 해체된 곳. 이 세 요인이 중복되는 대표적인 구역이 바로 뉴타운이다.

 


주목해서 봐야 할 뉴타운 지역의 인구비율 변동

그렇다면 앞으로도 뉴타운이 야권의 ‘호재’가 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먼저 전세가 폭등이 장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평균 전세 가격은 2014년 9월 ㎡당 310만원에서 2015년 12월 ㎡당 371만원으로 상승했다(‘부동산114’ 자료 기준). 76㎡(약 23평)을 기준했을 때, 1년3개월 사이에 전셋값이 4500만원 이상 상승한 셈이다. 전셋값 폭등이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젊은 유권자를 이탈시킬 경우, 인구 구성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만들어진 ‘뉴타운 야당표’도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시 <그림 3> 연령별 인구 그래프를 살펴보자. 세 지역 모두 20대 비율이 줄어든 만큼 40대 전후 세대가 늘었다. 반면 55세 이상 인구비율은 크게 변동이 없다. 뉴타운 이전에 이 지역이 ‘자산이 부족한 20~30대가 잠시 거주하는 지역’이었다면, 이제는 ‘40~50대가 장기적으로 거주할 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없는 한, 앞으로 10년 뒤 이 지역의 평균연령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뉴타운이 야당에 축복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 전체 인구비의 변동 경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림 3> 서울시 전체 연령별 인구 그래프처럼 이미 서울시의 인구 구성은 2000년에 비해 고령화 경향을 보인다. 젊은 세대의 출생 인구 감소 및 서울 이탈 현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네 전체가 뒤바뀌는 뉴타운도 앞으로는 보기 어려워진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마다 ‘재개발’이 공약으로 떠오르겠지만, 2008년과 같은 광풍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27개 재개발 지구를 직권 해제했다. 각 지역 뉴타운에 포함되어 있던 지구다. 2000년대 서울시의 도시개발 정책이 ‘묶어서 대량개발’이었다면, 2010년대 뉴타운 출구전략은 ‘쪼개고 재생하기’에 가깝다. 같은 뉴타운이더라도 일부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반면, 일부는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해체한 뒤, 시 지원을 통해 기존 주택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환은 결국 ‘정치와 주택 문제’의 상관관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서복경 박사는 “뉴타운 같은 주택 정책은 대규모 정책금융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민이 중앙정치에 힘을 실어야 했다. 이와 달리 도시재생 방식은 지자체의 환경 개선 지원이 얼마가 되는지가 중요해진다. 앞으로 주택 이슈는 중앙정치 선거보다 지방선거에서 더 영향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타운 추진 과정에서는 여권이, 입주 이후에는 야권이 ‘단기 호재’를 누렸지만, 앞으로도 그런 정치적 효과가 계속되리라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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