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른 내일 IT 기술이 데리고 온다
  •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 호수 435
  • 승인 2016.01.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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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IT 기술로 사회가 재구조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양적으로 확장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질적 구조를 바꿔낼 전망이다.

지금까지 IT 기술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는 전초전일 뿐이다. 우리 앞에는 더 커다란 변화가 놓여 있는데, 특히 2015년에 가시화된 세 가지 흐름에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담은 장부를 분산된 다수의 서버에 저장하고 자동으로 동기화하는 기술인데, 현존하는 기술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블록체인은 그저 그런 변방의 기술이 아니다. 골드먼삭스, JP모건, UBS와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자신들의 거래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나스닥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장외거래 시스템을 공개했고, 온두라스 정부도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인증과 보안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 블록체인이 사용될 수 있다. 중앙관리자가 없는 자율적인 인터넷 상거래 시스템, 해킹 우려가 없는 전자투표 시스템, 우버 회사 없는 우버 시스템, 즉 컨트롤타워 없는 공유경제 플랫폼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이 매일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루미오를 활용한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위)는 창당 2년 만에 의회의 20%를 차지했다.

두 번째, 2015년에 온라인 기반 토론 및 의사결정 시스템들이 국내에 본격 소개되고 또한 직접 개발하는 작업도 가시화되었다. 뉴질랜드의 한 청년이 만든 ‘루미오’라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뉴질랜드를 넘어 헝가리, 타이완, 스페인 등의 지방정부, 정당 및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루미오를 사용한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는 폭발적인 온라인 참여에 힘입어 창당한 지 2년 만에 의회의 20%를 차지했다. 한국도 이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자 모임’과 같은 자생적인 개발자 그룹이 이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최근 모습을 드러낸 시민혁명당 역시 시민들의 직접 참여와 직접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과연 한국에서도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현상이 가능할까? 낙관할 수도 없지만 온라인의 폭발성을 생각한다면 그리 비관할 일도 아니다.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세 번째는 많은 사람이 신기하고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다. 이미 구글·벤츠·테슬라 등이 수년 내에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운송업 종사자가 약 100만명(생산가능인구 3500만명 대비 약 2.85%)이니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는 시점에 일자리가 수십만 개 사라진다. 이미 회계사·변호사·약사·자산관리사·기자와 같은 고소득 화이트칼라 노동은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임금노동에 기초한 사회적 분배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회 시스템을 재조정하면 짧은 시간 노동하고 남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도 있다.

위 세 가지를 포함해 최근의 사회 기술적 흐름들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IT 기술로 사회 전체가 재구조화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IT 기술이 양적으로 확장하는 시기였다면, 이젠 사회의 질적 구조를 바꾸어낼 것이다. 산업사회에 기반한 기존 조직체계는 철저하게 재편될 것이고, 노동과 임금에 기초한 분배 시스템도 제구실을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적 지체현상과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IT 기술이 만들어낼 또 다른 혁명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운영 원리, 새로운 사회적 합의, 새로운 경제적 분배 원칙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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