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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을 기른 부모의 십계명

말이 좋아 홈스쿨링이지 집에서 제대로 가르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실패를 통해 ‘딴짓 할 수 있는 기회’만은 주려고 노력했다. 악동뮤지션을 기른 부모의 아이를 위한 열 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이성근·주세희(가수 악동뮤지션 부모) webmaster@sisain.co.kr 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제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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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주세희 부부는 본래 선교사다. 몽골에서 선교 활동을 한 지 8년째다. 그런데 2012년 <K팝스타 시즌2>에서 두 사람의 자녀인 찬혁군, 수현양이 ‘악동뮤지션’이라는 팀을 이뤄 우승한 뒤로는 난데없이 부모교육 강사로 더 유명해졌다. 어떻게 하면 악동뮤지션처럼 재능 있고 창의적인 아이들로 기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아서다. 12월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noworry.kr)에서 진행된 강의를 지상 중계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남매 가수 악동뮤지션의 부모 주세희(왼쪽)·이성근씨. 자녀들이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하고 홈스쿨링으로 키웠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이들은 부모교육 강사로 더 유명해졌다.  
ⓒ시사IN 윤무영
남매 가수 악동뮤지션의 부모 주세희(왼쪽)·이성근씨. 자녀들이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하고 홈스쿨링으로 키웠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이들은 부모교육 강사로 더 유명해졌다.

이성근(남편):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키웠다는 보도 때문에 우리의 양육 방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3년 전 <K팝스타>에서 악동뮤지션이 우승하자 언론에서는 이런 보도를 내보내곤 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이 몽골의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랐기에 이렇게 창의적인 곡들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사실 불편했다. 몽골의 푸른 초원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1년에 겨우 두어 달, 7~8월뿐이다. 겨울은 영하 30~40℃까지 떨어질 만큼 추위가 매섭고, 봄에는 황사가 불어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다. 그러니 밖에 나가서 뛰놀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더욱이 우리 집 사정도 좋지 않았다. 몽골에 처음 간 게 찬혁이가 초등학교 6학년, 수현이가 3학년 무렵이었는데 처음에는 현지 학교에 보냈다. 그러다 후원금이 줄고 재정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말이 좋아 홈스쿨링이지 집에서 제대로 가르친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이런 솔직한 체험담과 함께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나름 정리해본 10계명을 말씀드리려 한다.

주세희(아내):우리 아이들이 화면에 나온 걸 보면 어떠시던가? 예쁘지 않나? 잘생기지 않았나? 왜 대답을 망설이시는지 나도 안다(웃음). 그렇지만 내 눈에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쁘고 잘생겼다. 아이가 본래부터 지닌 최고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지해주기, 이게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양육의 1계명이다. 처음엔 나도 이걸 몰랐다. 그런데 수현이가 여섯 살 무렵 유치원엘 다녀오더니 “엄마, 오늘 선생님이 그러시는데요. 내가 최고의 걸작품이래요” 하면서 너무너무 행복해하는 거다. 순간 먹먹했다. ‘그래, 너희들이야말로 흠 하나 없이 완전무결한 걸작품이지’ 싶었다. 그런가 하면 한번은 남의 아들을 일주일 정도 맡아 돌봐준 일이 있었다. 그 엄마는 아들을 맡기고는 “아이가 말도 잘 안 듣고 고집도 세다”라며 미안해했다. 그런데 웬걸, 데리고 있으면서 보니 아이가 말도 잘 듣고 너무 착했다. 그래서 칭찬을 했더니 아이 말이 “그런데 우리 엄마는요. 저 때문에 힘들어 죽겠대요”였다.

부모라는 존재가 그런 것 같다.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부모가 나중에 몰래 촬영된 자기 행동을 보고 놀라지 않나. “내가 저렇게 아이를 막 대하는 줄 몰랐다”라며. 이를 깨달은 뒤로는 ‘너 때문에’가 아닌 ‘네 덕분에’로 생각과 말을 바꿨다. “네 덕분에 엄마가 참 행복해” “엄마 아빠한테는 네가 최고야” 하는 식으로. 어른 중에도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국 자존감 형성에는 어린 시절에 어떤 대접을 받고 자랐느냐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이성근:우리가 생각하는 2계명은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다. 내가 최고이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며, 가족·친구·이웃과 더불어 살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친구를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어릴 적엔 친하게 놀던 아이들도 점차 머리가 크고 공부를 강요받기 시작하면서 친구를 경쟁 상대로 여기게 된다. 부모들도 “네가 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라며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게끔 내몬다. 그런데 아이들은 친구와 멀어지면서 불행을 느낀다. 사춘기 때는 더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찬혁이가 친구 따라 염색·귀걸이를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가 하면 심지어 대학마저도 “친구 따라 한국에서 다녀보고 싶다”라고 할 때는 그저 난감했다. 그렇지만 나중에 보니 그게 정상이었다.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모든 것에 가장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가 친구였던 것이다.

아이답게 자라야 어른답게 성장한다

이렇게 ‘나이답게 키우기’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제3계명이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TV나 인터넷만 들여다봐도 요즘이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기 어려운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이답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답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어릴 적 “넌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구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1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집안 형편도 급격히 기울면서 일찍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어른스럽다고 칭찬했고, 나 또한 그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아들을 키우면서 보니 과거의 나와 너무 달랐다. 찬혁이는 사춘기를 혹독하게 앓았다. ‘중2는 외계인’이라더니,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어제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내가 A를 말하면 그걸 B로 알아듣고는 “아빠 말대로 했어요”라고 우겼다. 그게 반항하는 모습으로 여겨져 화가 났다. “사춘기 때는 본래 저런 거야”라고 아내가 말해도 나는 “난 저 나이 때 저러지 않았어”라며 아이를 혼내려 들었다. ‘잃어버린 사춘기’랄까. 내가 아이 때 아이답지 않게 살았기에 찬혁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아빠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주세희:제4계명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뭘까? 멋진 장난감? 아니다. 우린 추억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추억 만들기? 그럼 여행이라도 가야 하나?’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가 아니다. 몽골에 있다 3년 만에 한국 나들이를 나와서 놀란 게 온 나라가 디지털 세상으로 변해 있다는 점이었다. 지하철을 타니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었다. 자기 아이가 함께 놀아달라고 칭얼대도 “잠깐만”을 반복하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젊은 엄마 아빠도 보았다. 이래서야 일상에서의 소소한 추억들을 쌓아갈 수 있겠나. 추억을 만드는 것도 때가 있다. 적당한 시기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시기 바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악동뮤지션 이수현양(왼쪽)과 이찬혁군.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연합뉴스
악동뮤지션 이수현양(왼쪽)과 이찬혁군.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그래도 우린 행복한 거야’라고 부족함 속에서도 늘 만족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제5계명). 몽골에 있을 적 게르(몽골식 텐트)에서 잠자던 이웃집 아이가 얼어 죽은 일이 있다. 그걸 보고 아이들이 너무 마음 아파했다. 그 뒤 우리 집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한 달 수입의 10%를 무조건 구제비로 떼기로 했다. 그렇게 1년간 모은 30만원을 기부에 썼다. 나도 가진 게 없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 감사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도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한국 부모들은 “나 위해 공부하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일수록 자기만을 위해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성근:제6계명으로는 부모가 좋은 관객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따라 해보시라. “와우(Wow), 정말 멋진걸!” 우리 부부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마음껏 칭찬하는 편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노래나 율동을 배워오면 질릴 때까지 반복하게끔 하면서 폭풍 칭찬을 해줬다. 나중에는 캠코더로 그 모습을 녹화해 아이들 스스로 돌려보게끔 해줬다. 어쩌면 이런 칭찬과 격려가 아이들의 재능 내지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아이들이 딴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제7계명). 우리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한 것은 아니다. 홈스쿨링 초기에는 시간표를 엄격하게 짜놓고 아이들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나중엔 아이들 스스로 시간표를 짜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를 어찌하나’ 난감하던 즈음 엉뚱하게도 찬혁이가 노래를 만들어 왔다. 고1 무렵이었다. 몽골 교회에서 만난 형이 “엄마, 저 아이팟이 갖고 싶어요. 아이팟 좀 사주세요” 어쩌고 하는 노래를 직접 만든 걸 보고, 찬혁이 눈에 그 형이 너무 멋져 보였단다. 그날 저녁 집에 온 녀석이 곧장 자기 방으로 가더니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타를 들고 한참을 낑낑댔다. 그러더니 자기도 곡을 썼다며 우릴 불렀다. 곡명이 ‘갤럭시’라 했다. ‘얘는 갤럭시 사달라는 얘긴가?’ 싶었는데, 듣고 보니 그 갤럭시가 아니었다(웃음). “갤럭시 너 혹시 나와 같이 걸어가 볼래/ 반짝이는 은하 너머 손잡고 나와 같이 걸어가 볼래// 누가 살고 있나 아무도 몰라/ 그 너머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몰라(중략)// Tap the galaxy oh/ Dab the melody ya”(악동뮤지션 1집 <PLAY> 수록곡). 곡은 물론 가사가 특히 감탄스러웠다. 한국에서 출판 일을 해 나름 말과 글에 예민한 편이라고 자부하던 나는 평소 찬혁이의 표현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언어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찬혁이는 10분 만에 두 번째 곡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만든 40여 곡을 틈틈이 유튜브에 올리다 <K팝스타>에까지 나가게 된 것이다.

부모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

다만 이렇게 되기까지 아이들도 스스로 대가를 지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제8계명). 찬혁이가 친구 따라 대학에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화가 났지만 일단은 아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스스로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했다. “너 대학 가려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라고 부모가 답을 알려주는 것과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 말하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본다. 아이들은 어려 보이지만 하나의 인격체다. 자기 의지대로 하고 싶은 힘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주자.

주세희:사춘기로 갈등을 빚을 무렵 남편은 아이와 대화를 나눠야겠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찬혁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말이 대화지, 문 밖으로 들리는 것은 남편 목소리뿐이었다. 요즘 갑질 논란이 한창이던데, 남편이 갑질을 부리면 아이는 감히 화도 못 내던 구조였던 것이다. 아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지옥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찬혁이는 말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면서 가족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벽이 쌓이는 듯했다. 한번은 나와 말다툼을 하다 말고 남편이 찬혁이 멱살을 잡고 흔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너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우고 있잖아” 하면서. 그날 나도, 아이들도 펑펑 울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난 뒤 남편이 우리를 불러 말했다. “아빠는 지난 1년이 고통스러운 게 찬혁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 때문이더라.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를 용서해줄래?” 그랬더니 찬혁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용서해드릴게요. 다음부터 잘하세요.” 그러면서 멀어졌던 가족관계가 거짓말처럼 가까워졌다. 화해와 용서는 가족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부모도 약점을 보일 것,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구할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9계명이다.

이성근:마지막 제10계명은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자는 것이다. 이게 부모한테 역으로 하기는 쉽지가 않다. 나도 최근에야 나이 든 아버님을 꼭 안아드렸다. 그랬더니 평소 무섭기로 소문난 분이 며칠 뒤 “아들 사랑해.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하시는 거다.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적이 일어난다.

정리·김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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