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4분의 1(24%)이 건축물에 사용된다. 건축물도 산업(55%), 교통(21%) 못지않은 ‘에너지 잡아먹는 하마’인 셈이다. 유가가 올라가면서 건축업계도 에너지 절감형 건축(패시브 하우스: Passive House)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울산 유곡에서 분양한 e편한 세상 아파트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분양하는 모든 확장형 아파트를 냉난방 에너지가 30%까지 절감되는 에너지 절약형으로 시공하겠다고 밝혔다. 신소재 단열재와 고성능 콘덴싱 보일러, 3중 유리 시스템 같은 고성능 창호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생태건축연구소 노둣돌은 이미 10년 전부터 에너지 절감형 건축 시공을 실천해왔다. 노둣돌 이윤하 대표는 “주택과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축만으로도 정말 경제적인 주택을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건축보다 초기 투자비가 15%가량 더 든다. 내부 열에너지를 지켜주는 전열 교환기를 설치해야 하고,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건물 곳곳에 단열 마감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그림 참조).

고단열창으로 바꾸면 에너지 50% 절감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 건축 기법에 따라 시공할 경우 연평균 바닥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은 1.5ℓ(L/㎡)에 불과하다. 일반 한국 아파트의 경우 연평균 바닥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은 16ℓ(L/㎡)에 이른다. 패시브 하우스를 지으면 에너지 소비량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지금처럼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설 때는 패시브 하우스의 초기 투자비를 4~5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기존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하겠다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나라도 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공공 건축물을 지을 때 패시브형으로 짓지 않으면 허가조차 내주지 않는다. 건축물 에너지 총량제를 도입해 에너지 소비량 8ℓ(L/㎡) 이상으로는 절대로 짓지 못하게 규제하는 나라도 있다. 이윤하 대표는 한국도 패시브 건축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빌딩의 경우 창문을 전부 고단열창으로만 바꿔도 에너지 낭비를 50%가량 줄일 수 있다. 패시브 하우스 건축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건축물에서 새나가는 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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