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이겨야 총선에서 승리한다
  •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 호수 423
  • 승인 2015.10.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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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 대선을 되짚어보면 인천에서 승리한 후보가 예외 없이 승리했다. 인천은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표준 선거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12석 규모의 작은 싸움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인천의 선거 전략이 중요한 까닭이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출을 위한 슈퍼 화요일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 전 외신 보도를 보면 돌풍의 주인공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를 앞질렀다. 인구 약 113만명으로, 미국에서 43번째 규모의 매우 작은 주 뉴햄프셔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역대 미국 대선에서 민심의 풍향계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통상 1월부터 시작되는 예비선거는 열성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caucas·당원대회)와 일반 유권자에게도 개방하는 프라이머리(primary)로 나뉜다. 코커스는 아이오와 주, 프라이머리는 뉴햄프셔 주에서 가장 먼저 치른다. 뉴햄프셔의 프라이머리는 당원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도 주 당국에 신청만 하면 민주·공화당 중 하나를 선택해서 투표할 수 있는 반폐쇄형(semi-closed)이다. 현재 양당은 각각 20만명 남짓한 당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소속 유권자가 30만명이 넘는다. 뉴햄프셔가 대선의 바로미터가 되는 이유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4월29일 인천 서구 강화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출생지는 충남 태안이다.

실제로 1952년 이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놓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1992년 클린턴과 2000년 조지 부시, 그리고 2008년 오바마 정도였다. 1952년 트루먼과 1968년 존슨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으나 뉴햄프셔에서 성적이 부진하자 중도에 포기했다. 2012년 오바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하며 재선 승기를 굳혔다.

한국의 뉴햄프셔는 인천이다. 2014년 말 현재 인구 약 290만명으로 전국의 5.56%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12개(19대 기준)로 5%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역대 한국 대선을 되짚어보면 인천에서 승리한 후보가 예외 없이 승리했다. 민주당 계열로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노무현 후보는 인천에서의 승리가 결정타였다(아래 <표 1> 참조).

 

놀라운 것은 역대 인천의 여야 후보별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가장 근접했다는 사실이다. 인천에서 3.5%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적으로도 정확하게 3.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13대 대선 이후 1~2위 간 득표율 비교에서 인천이 전국 근사치를 놓친 때는 15대 단 한 번뿐이었다. 따라서 인천은 가히 한국의 뉴햄프셔,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표준 선거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천 선거의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유권자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인천은 민심의 풍향계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 등 야당이 승리했으나 인천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잃음으로써 찜찜한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1998년 공동 여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은 최기선 후보를 내세워 인천시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2010년에도 민주당은 서울과 경기도를 한나라당에 내주었으나 송영길 후보가 인천시장에 당선됨으로써 한나라당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는 인천시장 패배와 함께 전체적으로 열세였다.

그런데 이처럼 상징적인 인천 선거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정당(광역의원 비례대표) 투표에서 새누리당에 각각 24%, 16%, 15%를 뒤진 최문순(강원), 이시종(충북), 안희정(충남) 지사는 재선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정당 투표에서 10%포인트 차이로 밀린 송영길 시장은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 이유는 바로 ‘충청도 숨은 표’ 때문이었다. 반면 같은 선거구에서 진보-보수 단일 후보가 맞붙은 교육감 선거 결과는 진보 후보인 이청연 전 교육의원이 보수 후보인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을 4% 차로 꺾는 신승이었다.

이청연 교육감은 초등학교 교사와 전교조 지부장 경력이 전부였지만 충남 예산이 고향이었다. 이본수 후보는 서울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2년부터 인하대에 재직하며 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나 출신(전남 여수)이 한계로 작용했다. 인천은 유권자의 25% 안팎이 충청도 원적자로 분류된다. 역대 선거에서 이들의 선택이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혁신안의 ‘이상적인 기준’이 놓친 것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대 총선 결과 인천 지역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은 42.9%를 득표했다. 반면 야권은 민주통합당 37.7%, 통합진보당 9.7%로 합계 47.4%를 득표했다. 수치로만 보면 야권이 승리하는 게 맞겠으나 결과는 6대6 무승부였다. 그 이유에도 ‘숨은 충청표’가 있다.

19대 인천 지역 총선에서 야권 출마자 중에는 충청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아래 <표 2> 참조).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홍일표(충남 홍성)·윤상현(충남 청양)·이상권(충남 홍성) 등 충청 출신 후보 3명을 출전시켜 홍일표·윤상현 의원을 재선시켰다.

 

지난 4·29 재선거에서 당선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출생지도 충남 태안이다. 2010년 7·28 보궐선거 당시 송영길 전 시장의 3선 지역구인 계양(을)에서 당선된 이상권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든든한 배경도 충청향우회였다. 17대 총선 이후 인천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9명 가운데 8명(연인원, 재보선 포함)이 충청도 출신이다. 비율로 20.5%나 되니 적은 수치가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인천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도 외가가 충청도라는 측면이 컸다.

지금 야당은 17대 당시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재선, 충남 서천) 이후 인천에서 충청 출신 국회의원 후보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구청장도 충남 예산 출신인 박우섭 남구청장이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10차 혁신안을 통해 ‘임기의 4분의 3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공천을 신청할 경우 10%의 감점’을 주기로 결정해, 박우섭 청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족쇄를 채웠다. 물론 전략공천 20%를 통해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 선거 전략 차원에서 보면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박우섭 구청장은 현직 3선 구청장이자 1996년 15대 총선 때부터 연거푸 출마하며 활동해온 인천의 터줏대감이다. 따라서 그는 당의 필요에 따라 중도 사퇴하고 20대 인천 총선의 선봉에 서야 할지도 모를 상징적 인물로 거론된다. 하지만 공천의 밑그림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혁신안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역대 선거 결과나 그에 근거한 승리 요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상적인 기준 마련에만 집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1998년 최기선 인천시장 당선자에게는 충청권 정당인 자민련의 공천장이 있었다. 2010년 송영길 당선자는 충청권 기반인 자유선진당이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반한나라당 연대가 이루어졌고 적지 않은 이득을 보았다. 비록 12석이 걸린 작은 싸움이지만, 다음 총선에서 여야가 인천의 선거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인천에서 승리해야 2016년 4월13일 밤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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