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가 불법 숙박업의 온상이라니
  • 신한슬 기자
  • 호수 423
  • 승인 2015.10.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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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어비앤비의 성장세가 놀랍다. 하지만 ‘남는 방’을 공유한다는 공유경제 정신은 사라지고 부동산업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허위 정보를 표시해도 얼마든지 영업할 수 있다.

사회

에어비앤비가 불법 숙박업의 온상이라니

세계와 전쟁 중인 에어비앤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A오피스텔 로비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엘리베이터에는 ‘당 건물 도시민박업(게스트하우스) 불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무실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에서 불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세대가 있어 새벽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계속 내방해 단속 및 조사하니 주의하십시오.”

정가영씨(29·가명)는 이곳에서 글로벌 숙박 공유 중개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관광객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호스트’다. A오피스텔의 방 5개를 월세로 빌려 침대와 가구를 들여놓고 호텔처럼 꾸몄다. ‘게스트’(숙소 이용자)가 에어비앤비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비를 내고 예약하면, 정씨는 오피스텔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게스트 2~3명에게 방을 통째로 빌려준다. 가격은 2명이 묵을 경우 1박 12만원. 취사 시설이 있어서 모텔보다 편리하고, 호텔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거기다 공항철도가 연결된 지하철역이 가깝다. 숙박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정씨는 “공실이 없다면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도 방 1개당 수입이 월 100만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정씨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슈퍼 호스트’로 지정했다. 그러나 정씨의 호스트 활동은 불법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에어비앤비 한국 홈페이지에는 호스트가 함께 살지 않는 숙소가 다수 올라와 있다. 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미신고 불법 숙박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숙박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이다. 에어비앤비가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은 이렇다. ‘호스트’는 집의 여유 공간을 여행자들과 공유해 돈을 벌고, ‘게스트’는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하는 한편 현지인과 교류하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숙소 부족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월드컵 기간 관광객의 20%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190개국 3만4000개 도시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약 1700만명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에어비앤비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3년 처음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2년 만에 1만여 숙소가 등록되어 국내 숙박업소 전체의 10%를 점유했다. 비앤비히어로 등 유사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빛이 강해지는 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미신고 불법 숙박업의 매개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8월26일 부산지방법원은 부산 해운대구에서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한 ㄱ씨에게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로 70만원 벌금형을 판결했다. 9월18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울 중구에서 신고 없이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한 ㄴ씨에게 같은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례 모두 정씨처럼 오피스텔을 숙소로 꾸몄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에서는 숙박업을 할 수 없다. 주거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할 때 가장 적합한 현행 제도는 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홈스테이’를 법적으로 허가한 것이다. 숙박업에 비해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일반 주거지역에서도 돈을 받고 관광객을 재워줄 수 있다. 다만 주택·아파트 등 주거 용도의 건물이어야 하고, 호스트가 게스트와 같은 집에 살아야 하며, 외국인 대상이어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애초 취지처럼 ‘집에서 남는 방’만 여행자에게 내줄 수 있는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

하지만 에어비앤비 한국 홈페이지에는 호스트가 함께 살지 않는 숙소가 다수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홍익대 인근, 신촌, 중구, 강남 등의 도심 지역 관광지에는 오피스텔 숙소가 흔하다.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정씨는 “많은 게스트들이 아무래도 타인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오피스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생활을 지키면서 편하게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호스트 한 명의 프로필을 클릭했을 때 오피스텔 여러 채가 숙소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흔하다. 적게는 3채에서 많게는 10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A오피스텔 근처 부동산 업자는 “오피스텔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사람들은 일단 방 한 개를 빌려서 해보고 벌이가 괜찮으면 하나씩 더 늘려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내준다는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불법 오피스텔 숙박업으로 변질된 사례다. ‘공유 경제’라는 가치에서 ‘경제’가 ‘공유’를 잠식하고 있다.

미신고 불법 숙박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숙박 시설은 오피스텔보다 소방 관련 안전기준이 엄격하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숙박업으로 신고를 하면 관할 소방서에서 화재 시설을 점검하지만, 미신고 업체는 관리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세금이다. 최광석 변호사(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는 “신고를 하지 않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합법 숙박업체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안전과 법적인 문제를 모두 호스트의 자율에 맡긴다. 호스트는 자신의 숙소가 소화기·화재감지기 따위 안전시설을 갖췄는지 표시해야 하며, 에어비앤비 측에 신청하면 구급상자와 소화기를 보내준다. 또한 숙소 등록 시 각 나라의 숙박업 허가와 세금과 관련된 법령을 충분히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호스트 교육을 할 때도 관련 법규를 안내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도, 허위 정보를 표시해도,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숙소를 등록하고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9월 서울시에 “아무 제한 없이 불법 객실 판매를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앱을 금지해달라”는 숙박업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시는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글로벌 단일 플랫폼이다 보니 지역마다 규정이 달라 일일이 반영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고 해명했다.

“법 규정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반영되었으면”

에어비앤비 호스트들 가운데는 합법적인 숙소 제공이 쉬워지도록 ‘규제 완화’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씨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점차 늘어나는 시기에 오피스텔 숙박업과 같은 ‘틈새시장’도 나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민박업 요건이 완화된다면 신고도 하고 세금도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관계자는 “호스트들 대부분이 선의의 공유경제를 지향하며 민간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법 규정도 새로운 트렌드가 반영되면서 발전해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했을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도시민박업 등록 기준 완화를 논의했지만, 안전·소음 문제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서 구체적인 정책 건의는 하지 않았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공유기업 자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 합법·불법을 따지기 어렵다. 다만 참여하는 단위가 사회적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나 제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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