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어비앤비가 불법 숙박업의 온상이라니


세계와 전쟁 중인 에어비앤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A오피스텔 로비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엘리베이터에는 ‘당 건물 도시민박업(게스트하우스) 불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무실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에서 불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세대가 있어 새벽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계속 내방해 단속 및 조사하니 주의하십시오.”

정가영씨(29·가명)는 이곳에서 글로벌 숙박 공유 중개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관광객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호스트’다. A오피스텔의 방 5개를 월세로 빌려 침대와 가구를 들여놓고 호텔처럼 꾸몄다. ‘게스트’(숙소 이용자)가 에어비앤비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비를 내고 예약하면, 정씨는 오피스텔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게스트 2~3명에게 방을 통째로 빌려준다. 가격은 2명이 묵을 경우 1박 12만원. 취사 시설이 있어서 모텔보다 편리하고, 호텔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거기다 공항철도가 연결된 지하철역이 가깝다. 숙박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정씨는 “공실이 없다면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도 방 1개당 수입이 월 100만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정씨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슈퍼 호스트’로 지정했다. 그러나 정씨의 호스트 활동은 불법이다.

ⓒ시사IN 이명익에어비앤비 한국 홈페이지에는 호스트가 함께 살지 않는 숙소가 다수 올라와 있다. 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미신고 불법 숙박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숙박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이다. 에어비앤비가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은 이렇다. ‘호스트’는 집의 여유 공간을 여행자들과 공유해 돈을 벌고, ‘게스트’는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하는 한편 현지인과 교류하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숙소 부족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월드컵 기간 관광객의 20%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190개국 3만4000개 도시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약 1700만명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에어비앤비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3년 처음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2년 만에 1만여 숙소가 등록되어 국내 숙박업소 전체의 10%를 점유했다. 비앤비히어로 등 유사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빛이 강해지는 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미신고 불법 숙박업의 매개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8월26일 부산지방법원은 부산 해운대구에서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한 ㄱ씨에게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로 70만원 벌금형을 판결했다. 9월18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울 중구에서 신고 없이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한 ㄴ씨에게 같은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례 모두 정씨처럼 오피스텔을 숙소로 꾸몄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에서는 숙박업을 할 수 없다. 주거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할 때 가장 적합한 현행 제도는 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홈스테이’를 법적으로 허가한 것이다. 숙박업에 비해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일반 주거지역에서도 돈을 받고 관광객을 재워줄 수 있다. 다만 주택·아파트 등 주거 용도의 건물이어야 하고, 호스트가 게스트와 같은 집에 살아야 하며, 외국인 대상이어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애초 취지처럼 ‘집에서 남는 방’만 여행자에게 내줄 수 있는 것이다.

ⓒ시사IN 이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