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더위 피하니? 나는 TV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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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텔레비전을 끊어보자. 그 긴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느냐고? 해보면 안다. 이제껏 잊고 있던 일이 막 생긴다. 산사에서의 하루가 길고 느긋하듯이, 텔레비전 없는 하루도 편안하고 여유롭다. 블로거 yupspd (blog.naver.com/yupspd/10032 673741)의 독백 같은 텔레비전 이야기가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기상. 텔레비전을 켠다. 취침, 텔레비전을 켠 채로 잔다.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고 하지만, 텔레비전이 좋은 걸 어떻게 하나. 차라리 바보가 되고 싶다. 텔레비전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텔레비전은 밥이다. 텔레비전은 외로운 밤을 함께 지새워주는 친구다. 텔레비전은 습관이며 관습이며 제도이며 사회이며 정치이며 권력이다.

…텔레비전, 그리스어로 ‘멀리서 보다’라는 뜻인데, 너무 가깝게 보고 있지는 않나요? 영국 출신의 대표적인 현대 사진작가인 폴 그레이엄(1956~). 그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 및 소외받는 사람들과 풍경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현대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텔레비전. 텔레비전에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에서는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텔레비전 끄기 운동을 한다.

‘끊임없이 가짜 꿈과 행복을 파는’ 텔레비전. 좋은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아예 안 보면 어떨까. 그 시간에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방송과 텔레비전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갑자기 고독해진다. 텔레비전이나 볼까 ㅎㅎ. 텔레비전 보지 말고 제리 맨더의 〈텔레비전을 버려라〉를 읽을까 보다.

“텔레비전은 인간이 본래 가진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반생태적이고 비민주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텔레비전은 자연과 타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마저 소외시키고 인간의 감각 구조를 혼란스럽게 한다. 텔레비전은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부자와 권력을 위해서 복무한다.” -제리 맨더〉

          
나무 이파리를 보석처럼 찍는 법

ⓒblog.hankyung.com/choin62

따가운 여름 햇살은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숲속에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빛이 숲을 만물경 속 풍경처럼 바꿔놓는 것이다. 햇살이 투과한 느티나무 잎이나 회나무 잎이 꽃처럼 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블로거 최찍사(blog.hankyu ng.com/choin62)가 그 빛을 이용해 사진 찍는 법을 안내한다.

〈“해를 등지고 찍어야 한다.” 사진 촬영의 기본 원칙이다. 해를 안고 찍는 역광 상태에서는 플레어(flare)나 할레이션(halation) 현상이 일어나 화면이 부옇게 되거나, 눈에 거슬리는 잡상이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촬영 대상이 배경보다 어둡게 나와 사진을 망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역광이 ‘서
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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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역광은 과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다. ‘왜 밋밋한 사진만 찍게 될까’ 하며 괴로워할 때 구원의 빛 같은 구실을 한다는 말이다. 사진의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진은 마이너스 작업’이라는 기초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을 줄여가고 정리하는 것이다. 심도를 이용하여 배경을 죽여서 주제를 부각하기도 하고 타이트한 프레이밍으로 필요없는 요소를 화면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진스러운 방법’은 역광을 활용한 화면 정리다. 역광을 잘 활용하면 효율적이고 임팩트 강한 화면 정리를 할 수 있다.

햇살이 좋은 날, 역광을 받은 잎새를 보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해를 안고 본다고 항상 이렇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배경이 어두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순간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역광에 의해 그림자가 진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배경 위에 빛을 투과하는 잎새가 역광을 받은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

전제 조건이 또 하나 있다. 해가 화면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광선이 직접 렌즈면에 닿는 상황이면 플레어나 할레이션 현상이 잘 일어나므로, 렌즈 후드를 사용하여 렌즈에 그늘을 마련해줘야 한다. 후드가 없으면 한 손으로 렌즈 위에 차양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먼 경치를 볼 때 손을 이마에 대는 것처럼. 할 때와 안 할 때는 육안으로도 그 차이를 확인을 할 수 있다.

역광을 받은 잎사귀는 자기가 가진 고유의 색에 맑은 빛을 더한다. 그리고 질감과 디테일을 드러낸다. 뽀송뽀송한 솜털까지…. 그리고 배경과 명확한 대비를 이룰 때 자기가 화면의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어두운 배경의 비중이 높을 때는 노출을 2~3단 부족으로 주어야 잎새가 과다 노출되지 않는다. 여기에 배경 색상이나, 흐릿한 형체가 주제에 도움을 준다면 금상첨화다. 잎사귀는 화려한 꽃에 비해 사람의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햇살이 투과한 잎사귀는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왜 그림을 보면 머리가 좋아질까

이중근 작품

서울 사비나미술관(savinamuseum.com)은 ‘현대 미술, 이렇게 감상하라’는 식의 전시회를 가끔 연다. 7월31일까지 열리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전도 비슷하다. 현대 미술가들이 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창조했는지 안내한다. “그 과정을 통해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간다”라고 윤희은 에듀케이터는 말했다. 다양한 미술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라서 출품 작가 수가 적지 않다. 강현선·구성연·김형기·베른트 할프헤르·신치현 등 모두 스무 명. 작품 수는 평면·입체·설치 작품 등 40여 점이다.

작품들은 ‘창의력 조건’에 따라 구분된다. 창의력 조건은 모두 네 가지. 거꾸로 보는 세상, 이미지의 재발견, 시각의 확장,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그것이다. 관람자는 작가들이 ‘세상을 거꾸로 보고’ 창조한 작품(왼쪽 그림)을 보면서, 세상을 낯설게 새롭게 보는 방식을 터득한다. ‘이미지를 재발견’해서 그린 작품(오른쪽)을 통해서는 대상이 지닌 복합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미술관 측은 관람자의 창의력을 높여 주려고 전시 설명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창의력 블랙박스 워크숍을 개최한다.

정혜련 작품

그런데 과연 미술 감상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될까? 미술관 측에 따르면, 당연하다. 미술 감상은 좌뇌·우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직관적인, 상상력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감수성이 풍부한, 유연한 사고를 지닌, 통찰력을 지닌’ 인재에게 필요한 창의성도 제공한다. 그렇다면 외출을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정리·오윤현 기자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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