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정동화 전 부회장과 동양종건 배성로 회장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코너에 몰린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정준양과 이상득’으로 정조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8개월째 포스코 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성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10월5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을 포함한 MB 측근 실세들이 2009년 2월 정준양 신임 포스코 회장 체제가 들어서는 데 깊숙이 개입한 뒤 여러 개의 협력업체나 외주업체를 통해 포스코 일감을 몰아서 받는 등 대가를 챙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타깃은 정준양 회장 선임 직전인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다. 포항제철소 기계 설비 정비업체인 티엠테크는 이상득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이던 박 아무개씨가 실소유자였다. 티엠테크는 정준양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포스코로부터 매년 170억~180억원대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7월 설립된 포스코 제철소 내 자재 운송 외주업체 ‘ㄴ’사도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불교 신자인 이상득 전 의원과 친분이 깊은 포항불교신도단체연합회 회장이자 새누리당 포항지구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낸 채 아무개씨가 실소유주인 ‘ㄴ’사는 정준양 회장 재임 기간에 포스코에서 해마다 30억원 안팎의 일감을 수주했다고 한다.

 

ⓒ연합뉴스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10월6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고교(포항 동지상고) 동문인 김 아무개씨가 설립한 ‘ㅇ’사는 2010년 12월부터 포스코로부터 매년 14억원대의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 30여 년간 여과식 집진기를 공급하고 관리해오던 포스코 외주업체에서 분사하는 형식으로 설립됐다고 한다.

MB 측근 인사들과 관련되어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 업체는 이 3개 협력사만이 아니다. 이명박 팬클럽 ‘MB연대’ 대표인 한 아무개씨는 청소용역 업체 이앤씨를 설립해 포스코에서 일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상득 전 의원의 특보 출신으로 MB 정권 들어 공기업 감사를 지낸 김 아무개씨 소유의 기계 정비업체 ‘ㄷ’사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공 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ㅁ’사 등도 포스코와 특혜성 거래를 해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준양 회장 시절 MB 측근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휘두른 전횡과 관련해 한 포스코 협력업체 사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전국적으로 실적과 실력을 검증받은 물류회사나 협력업체가 맡던 기존 일감을 갑자기 MB와 가까운 지역의 정치 실세들이 만든 신생 업체가 빼앗아가면서 불만과 원성이 자자했다.” 그는 이어 직접 체험했다는 포스코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 수법도 소개했다. “처음 협력업체로 선정되면 포스코에서는 연간 매출액 대비 수익률을 5~6%로 맞추라고 지도한다. 실제로는 10%를 상회하는데 이는 비자금용이다.”

검찰은 지난 9월 MB 측근 인사들이 실소유주인 이들 회사의 거래계약서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수색해 포스코에서 일반 협력업체보다 대금을 높여 받거나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특혜를 받아 연간 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비리의 몸통으로 의심을 사는 이상득 전 의원은 검찰에 출두해 “내가 왜 이 자리에 불려나왔는지 모르겠다”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특히 측근 실세들이 포스코에서 일감을 몰아 받아 조성한 비자금과 관련해 “그 돈이 나에게 흘러왔다는 근거를 대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검찰은 포스코 비리의 기획·연출자를 ‘이상득’으로, 실행자를 ‘정준양’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두 차례 비자금을 받은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측근 실세들이 회사를 소유하면 장기간에 걸쳐 포스코로부터 확정된 이익을 얻을 수 있게끔 ‘빨대를 꽂는 구조’를 기획한 행위가 죄질이 더 무겁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체제를 만든 몸통으로 이상득 전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위는 2011년 6월 포스코 3공장 착공식.

검찰이 이런 포스코 비리의 기획자로 이상득 전 의원을 지목하는 이유는 그가 2009년 초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정준양 회장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준양 체제가 구축될 무렵 이상득 측근들의 포스코 협력업체 급조도 뒤따랐다는 사실에 검찰은 주목했다.

“정준양 회장 체제는 MB의 뜻”

정준양 회장이 선임되기까지 진행 과정을 잘 아는 한 전직 포스코 임원은 “2009년 1월 이상득 의원의 특보 출신인 박영준 국무차장이 발 벗고 뛰었다. 박영준 차장은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을 불러 ‘다음 회장은 정준양’이라고 사실상 통보했다”라고 말했다. 2008년 말 MB 측근에게서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자 명단과 성향 분석 자료 작성’의 임무를 비밀리에 받고 직접 실행에 옮겼다는 한 포스코 전직 고위 관계자는 “박태준 명예회장과의 친분을 기준으로 먼 사람부터 선순위에 올리라는 지침을 받았다.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과 이대공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을 유력자로 올렸다. 그 자료를 이상득 의원 쪽에서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이대공 이사장은 박태준 명예회장과 친분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포항중학교 동기라는 점에서 유력 후보에 넣었는데 MB가 쓴 첫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학창 시절 앙금이 있었던 친구로 소개될 만큼 악연이 드러나 제외되고 정준양씨가 낙점되었다고 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만들기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통하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천신일 회장은 2009년 1월12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유력 경쟁 후보이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께서 정준양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들은 검찰에 나가 “그 무렵 박태준 명예회장과 이구택 회장이 밀던 유력 차기 회장 후보가 윤석만 사장이었지만 이상득 전 의원을 포함한 MB 정권 실세들이 ‘대통령의 뜻’을 내세우며 압박해 바꿨다”라는 내용의 진술들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은 “천신일씨로부터 정준양 회장 체제가 MB의 뜻이라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느냐”라는 기자의 확인 요청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임명된 정준양 회장은 이후 MB 측근들이 설립하거나 관여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포스코를 사실상 MB 측근 세력의 ‘사금고’로 전락시켰다는 것이 검찰 수사의 큰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사내유보금 11조원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던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는 정준양 체제 5년 만에 유보금이 1조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을 뇌물죄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해서는 네 번째 소환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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