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n(화성인)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Jupiterian (목성인)은 없다. Mecurian은 수성인이 아니라 ‘수성의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지구인들이 화성에 가지고 있는 각별한 애정과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9월28일(현지 시각) 화성 표면에 흐르는 물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한 것은 최초다. 게다가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가 서식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나사 과학임무 부서 부국장 존 그룬펠드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화성을 탐사하는 과정은 ‘물을 찾는’ 여정이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화성 표면을 흐르는 소금물

천문학계가 화성에 흐르는 물이 있다는 가설을 세운 건 2010년이다. 그 전까지 화성에는 얼음 상태의 물과 지하수만 있다고 알려졌다. 과학도인 루젠드라 오자는 화성에서 검은색 줄기들이 여름철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오자가 속한 연구팀은 검은색 줄기(RSL:Recurring Slope Lineae)를 물이 흐르는 흔적일 것이라 추정했다. 콘크리트가 물이 젖으면 어둡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사가 9월28일에 공개한 화성 표면 사진. 화성의 할레 크레이터(Hale Crater)에서 관측된 물이 흐른 흔적으로 폭이 5m 안팎, 길이가 수백m인 가느다란 줄기들이 보인다.


5년간의 분석 끝에 이 토양에서 물에 녹은 소금 성분을 발견했다. 염분은 어는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빙판길에 소금을 뿌리는 겨울 풍경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평균온도가 영하 80℃인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는 수수께끼는 이렇게 풀렸다.  

검은색 줄기는 화성의 적도와 중위도 사이에 위치한 여러 경사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한 군데에 1000개 이상의 줄기가 나타나며 폭과 길이도 제각각이다. 영하 23℃를 기준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천문학 루키, 루젠드라 오자

오자는 애리조나 주립대학 학부생 신분으로 화성 표면에서 검은색 줄기를 발견했다. 그는 미국 IT 전문매체 〈시넷(CNET)〉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RSL 연구는 학부 졸업논문용이었다.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행성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소금 성분 발견 연구에서도 주도적인 구실을 하며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태어난 오자는 열 살 때 부모와 함께 애리조나 주로 이주한 이민 1.5세대다. 공상 과학소설에 빠졌던 어릴 적의 꿈은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이었고, 헤비메탈에 심취해 밴드 활동도 했다. 오자의 업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한 과학자는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교수로 갈 수 있을 거다”라며 부러워했다.

우주에서 소금을 발견하는 방법

검은색 줄기에서 염분을 발견한 탐사선은 화성탐사위성(MRO)이다. MRO은 말 그대로 화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2006년에 발사됐다. 큐리오시티처럼 화성에 착륙에서 활동하는 지상 탐사선이 아니다. 구글 마스(Google Mars)가 제공하는 생생한 화성 사진은 MRO가 촬영한 것들이다.

공중에 떠 있는 탐사 위성은 토양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할 수 없다. MRO는 대신 스펙트럼 분석을 이용했다. 분광기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면 빛을 분해해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이때 각 물질은 고유의 빛깔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 분광기를 사용해 나트륨을 찍으면 노란색으로 나온다. 나사는 검은색 줄기를 스펙트럼 분석해 염화나트륨이나 염화마그네슘 같은 염류를 발견해냈다.

최초 발견 이후 액체 상태 물의 결정적인 증거(염분)를 찾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는 지구와 화성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더 오래 걸린다. 화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약 1.9년이다. 한 번으로 관측을 끝내면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 나사는 화성의 여름과 겨울을 두 번씩 관측한 끝에 ‘흐르는 물’ 발견을 발표했다.

소금물 계곡은 당분간 접근 금지?

이제 화성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사진을 찍기 위해 지상 탐사선이 출동할 차례다. 나사는 지금 당장 큐리오시티의 방향을 소금물 계곡으로 돌리고 싶을지 모르지만,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COSPAR·코스파)가 정한 ‘행성보호원칙’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물가에 갈 수 없다. 우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행성보호원칙은 생명체 탐사에 나선 착륙선이 카테고리4b 기준에 따라 높은 수준의 청결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큐리오시티는 4b에 준해 설계됐다. 그런데 흐르는 물이 있는 지역은 카테고리4c에 속하는 특별구역이다. 코스파의 원칙상 큐리오시티는 접근 불가다.

반면 큐리오시티의 소금물 계곡행은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나사의 한 과학자는 큐리오시티가 장기간 자외선과 화성의 강한 방사능에 노출돼 세균이 모두 죽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2020년, 나사는 화성에 새로운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축배를 들자마자 지구인들은 또 다른 시험에 들게 됐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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