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던 사기꾼… 검찰 수사로 부활할까
  • 정희상 전문기자
  • 호수 421
  • 승인 2015.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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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경찰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 대해 검찰이 ‘위장 사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씨의 밀항을 방조한 측근으로부터 새로운 주장도 나왔다.
“조희팔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월18일 이영렬 대구지검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차 대구고검을 찾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조희팔이 해경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밀항한 지 7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밀항한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한 지 3년여 만에 검찰이 ‘위장 사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 앞서 대구지검은 9월15일 밀항하기 전 조희팔과 몰래 만나 9억원을 수수한 전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 권혁우 총경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권 총경을 통해 조희팔 돈 1억원을 건네받은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김 아무개 경위도 함께 구속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바실련 제공</font></div>조희팔의 묘지로 알려진 곳에는 묘비명에 조희팔의 이름 대신 ‘조희팔 가족 묘’라고 적혀 있다.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다단계 회사 압수수색 전날(2008년 10월30일) 9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2012년 1월 <시사IN>이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시사IN> 제226호 커버스토리 기사 참조). 이 보도가 나간 직후 권 총경은 경찰청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사법적으로는 건재하다 3년9개월이 지나서야 구속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의 한 관계자는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애로가 있었는데 뒤늦게 뇌물로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냈다”라고 해명했다.

대구지검이 조희팔 유착 세력과 위장사망 의혹에 대해 뒤늦게나마 적극 수사를 천명했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여전히 검찰의 수사 의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조희팔의 대구 지역 수사기관 로비에서 검찰도 자유롭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조희팔.

그동안 조희팔 측에서 건넨 돈을 받아 구속된 검찰 관계자는 2명이다. TK 출신인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수사 무마와 정보 협조 대가로 조희팔의 2인자인 강태용(중국 밀항, 수배 중)으로부터 2억4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2012년 가을 경찰청 범죄정보과 내사 과정에서 드러나 구속됐다.

또 대구지검에서 22년 동안 특수 수사 분야 터줏대감으로 통하던 오 아무개 서기관(대구지검 서부지청 총무과장)이 조희팔 측으로부터 7년에 걸쳐 15억원에 이르는 뒷돈을 주기적으로 받은 혐의로 올해 2월 구속 기소됐다. 오 서기관은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은닉을 돕기 위해 고철 무역업자 현 아무개씨를 소개해 피해자 돈 760억원을 투자하도록 주선한 대가로 15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바로 이런 정황 때문에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 또한 밀항한 조희팔 일당을 적극 잡아들이기보다 경찰과의 신경전 와중에 서로 쥐고 있는 상대 측의 조희팔 유착 정보를 핑퐁식으로 하나씩 흘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구지검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도 “검찰 수사관이 장기간에 걸쳐 터무니없는 행각을 벌여도 검찰 내부 감찰에 적발되지 않은 것은 조직적 은폐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라고 질타했다.

검찰이 중국으로 밀항해 7년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조희팔 일당을 잡아들이기 위해서는 중국 공안과 적극적인 수사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피해금액 수십억원대인 ‘보이스 피싱’ 사건 피의자들의 경우만 해도 중국과 수사 공조를 해서 체포 송환해오곤 했으니, 범죄 피해액 4조원대에 피해자만 5만여 명에 이르는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 일당을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내려두고도 7년째 잡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살 법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권혁우 총경이 금품을 받았다.

사전 기획된 ‘위장 사망’이라는 측근의 주장

“조희팔이 중국 웨이하이에서 2011년 12월19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라는 경찰 발표는 조희팔 가족이 찍어온 장례식 동영상과 위조 의심을 받는 사망진단서가 근거의 전부였다. 이 사망진단서에는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 할 중국 공안의 확인 직인이 없이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장례 동영상도 연출된 흔적이 역력했다. 화장한 조희팔의 유골에 대한 국과수의 DNA 검사에서도 조희팔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국내 한 공원묘지에 가족이 안장했다는 조희팔의 묘비명에 조희팔 이름 대신 ‘조희팔 가족 묘’라고 적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허술한 자료를 근거로 2012년 5월16일 경찰이 조희팔의 사망을 인정한 후 경찰과 검찰 사이에는 이 사건을 둘러싼 신경전이 엎치락뒤치락 벌어졌다. 당시 조희팔 사망 수사를 담당한 이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박관천 경정이었다. 그는 지난해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 파문에 연루돼 현재 구속돼 있다.

 

검경은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김광준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았다.

경찰이 조희팔 사망 발표를 한 시점은 <시사IN>에서 대구지방경찰청 권혁우 수사과장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대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직후였다. 또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대검 국제협력단이 중국 공안과 공조해 조희팔 수하 2명을 체포 송환해오던 시점이기도 했다. 둘은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의 조희팔 사망 발표 직후 검찰에서는 경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별도로 수사를 계속할 태세였다. 하지만 경찰청에서는 뒤이어 김광준 부장검사가 조희팔의 2인자 강태용으로부터 2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김 부장검사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검찰총장이 사상 초유의 공개 갈등을 벌인 끝에 총장이 낙마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고 검찰의 후속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지난해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들의 거듭된 진정으로 대구지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벌이면서 조희팔의 은닉 재산 일부가 속속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대구지검은 ‘읍참마속’식으로 내부 유착세력에 대한 수사를 벌여 조희팔로부터 거액을 받고 비호해온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 아무개 서기관을 구속한 것이다.

조희팔이 살아 있다는 전제로 수사를 벌이겠다는 검찰의 의지 표명 이후 조희팔의 최측근 인사로부터 ‘사전 기획된 위장 사망’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나왔다. 밀항 직전 조희팔을 은신시키고 함께 밀항선을 탔던 경남지역 한 사찰의 승려 홍 아무개씨는 “조희팔이 중국 웨이하이 시 한 노래방에서 ‘홍시’라는 노래를 부르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 밀항 전 사전 기획해둔 내 아이디어였다”라고 고백했다. 홍씨는 조희팔 밀항 방조죄로 1년여의 수감 생활을 하고 출소한 상태다.

“조희팔이 도피 과정에서 밀항 후 어떻게 추적을 피할지 걱정하기에 내가 ‘중국에 가서 적당한 시기에 죽었다고 하면 끝나는 것 아닙니까. 중국서는 돈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내가 평소에 지병을 앓고 급성심근경색으로 죽을 뻔하다 살아난 일이 있는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죽었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조희팔이 무릎을 탁 치더라. 밀항 전 조희팔 일행과 노래방에 함께 다니면서 부른 내 애창곡이 ‘홍시’라는 노래였는데 경찰 사망 발표를 보니 조희팔이 ‘홍시’를 부르다가 죽었다고 해서 쓴웃음이 나왔다.”

검찰의 수사 의지 천명에 새로운 증언이 보태지면서 조희팔 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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