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0일 부산역 앞 1인 시위에 나선 남소영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동료가 떠올라서다. “우리가 대법원에서 졌고, 다시 싸워야 한다는 걸 끝까지 알리고 싶어요.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나흘 전 서울역 광장에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승하 KTX승무지부 지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불치병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무신경했던 34라는 숫자가 33으로 바뀌었습니다. 자꾸 신경이 쓰이지만 이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여러분이 함께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33은 현재 남아서 싸우는 KTX 해고 여승무원 수다.
가처분 소송과 1, 2심 판결 모두 승무원의 승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선 판결을 뒤집었다. 1심 승소 이후 4년 동안 받았던 임금과 소송비용까지 1억원에 가까운 돈을 갚으라고 했다. 결국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여승무원 한 명이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게 34는 33이 되었다.
10년 넘게 싸워온 여승무원들은 이제 30대를 훌쩍 넘겼다. 그사이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거리로 나왔다. 현재 2차 심리까지 진행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다음 심리는 10월23일 열린다. 이번 ‘포토in’은 8월 중순부터 취재를 시작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한 달 넘게 해고 승무원 21명의 활동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각각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이들은 ‘KTX 개통 11년, 승무원은 안전업무를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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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들이 아직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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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지난 5월29일 서른여섯 살 정미정씨는 검은색 철도노조 조끼를 입고 서울역 앞에 섰다. KTX를 타려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취재진은 두어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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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피하려고 승객 안전 포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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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열차가 멈췄다. 방송장비는 꺼졌고 가까운 곳에 확성기도 없었다. 동요한 승객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다 부상을 입었다. 열차 충돌이었다. 당시 3년차 KTX 승무원이던 이 아무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