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으면 잡힐 듯 월성원전이 다가왔다.

7월2일 전남 영광원전을 떠나 8월27일 경북 월성원전까지(7월8일∼8월9일 제외) 24일 동안 462㎞를 걸은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단의 행진 마지막 날. 원전 앞에 선 수녀님들(성가소비녀회 소속)은 그 거대함에 할 말을 잃었다.

가까이에 있어서 더 커 보일 수는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원전이 멀리 있는 건 아니다. 고리1호기 반경 30㎞ 안에는 부산과 양산 시민 340만명이 살고 있고, 이곳 월성원전 반경 30㎞ 내에는 경주·울산 시민 129만명이 살고 있다. 체르노빌 반경 30㎞와 후쿠시마 반경 20㎞ 안에 아직까지 사람이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제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원전의 위험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다.

탈핵을 선언한 유럽은 10년 전부터 태양광·풍력·지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동 중인 원전 24기에 더해 12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불과 4년 전 우리는 끔찍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바 있다. 그때 누출된 방사능 물질은 사고 지역으로부터 300㎞ 외곽에서도 종종 발견되곤 하는데, 이곳 월성원전 반경 300㎞ 외곽은 어디일까? 안타깝게도 그곳은 바로 수도 서울이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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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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