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집안 곳곳에서 소복 입은 마네킹 인형이 살아 움직이며 뛰쳐나오면, 가장 상식적인 행동은 어서 그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구 여사(구윤희)는 그러지 않는다. 지하실에서 귀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옥탑방까지 뛰어 올라와 한다는 이야기가 고작 “먹는 즐거움은 모든 공포를 잊게 해준다지?”이다.

구 여사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설거지를 하고, 급기야 김장까지 해치운다. 관객들은 숨이 막힌다. 아니, 여사님 지금 도망을 가시든 해야 한다고요! 두려움을 쫓는답시고 ‘베사메무쵸’를 부르며 춤을 출 때면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구 여사님, 사실 하나도 안 무섭죠?

정당 정치에도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당이 계파 싸움으로 사분오열되어 이겨야 하는 선거조차 판판이 지면, 가장 상식적인 행동은 일단 계파 싸움을 멈추고 서둘러 하나의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러지 않는다.

4월 재보선에서 시원하게 망한 후 뼈를 깎는 개혁을 하겠다고 해놓고선 넉 달이 지나 한다는 이야기가 고작 “9월 분당이 임박했다”이다. 한쪽에선 “다선 중진들이 용퇴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 다른 쪽에선 “인위적 물갈이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라는 상반된 메시지가 나오고, ‘셀프 디스’를 해보라는 홍보위원장의 권유에 ‘디스’를 빙자한 자기 자랑을 하는 의원들이 줄을 섰다.

지지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아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뜬금없이 ‘봄날은 간다’를 부르던 초현실적인 순간이 신호였던 걸까. 의원님들, 사실 하나도 절박하지 않은 거죠?
 

ⓒ시사IN 양한모
기자명 이승한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