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가 나이 먹으면 ‘맘충’이 된다고?
  • 임지영 기자
  • 호수 414
  • 승인 2015.08.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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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에도 여성 혐오 코드가 덧씌워졌다. 온라인상의 정의에 따르면 웬만한 아이 엄마는 ‘맘충’에 포함된다. 맘충은 ‘맘’ 뒤에 벌레 충(蟲)자를 붙인 신조어다. 모성은 없어도 괴물이 되고, 있어도 괴물이 된다.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는 지난 3월부터 유아와 동반하는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30개월 넘은 남자아이를 키우는 가게 운영자는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누구보다 육아를 하시는 어머니들의 애로사항과 고민을 잘 알고 있지만 아기 손님들을 받기에는 너무 부족한 편의시설, 인력의 부족, 정성의 부족으로 양심상 더 이상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곳처럼 ‘노키즈존(No Kids Zone)’을 표방하는 식당과 카페가 늘고 있다. 다섯 살, 미취학 아동, 15세 이하까지 업소마다 기준은 다양하다.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업주들의 궁여지책이다. 아이 엄마를 포함해 환영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차별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노키즈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인터넷상에서는 이른바 ‘개념 없는’ 엄마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 앞서 많이 나돈 사진 한 장이 있다. 카페에서 컵에 아이 오줌을 받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화장실이 아니라 매장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마들의 ‘민폐’ 리스트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직간접 경험담이 짜깁기된 형태다.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식당과 카페가 늘고 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업주들의 궁여지책이다. 환영과 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사례를 요약하면 ‘일부’ 엄마는 유모차를 좁은 곳에서 끌고 지나가며 사람을 쳐놓고 왜 유모차를 안 피하냐며 소리를 지르거나 카페 메뉴를 써놓은 칠판에 애가 낙서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어머, 참 잘했어요”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준다고 자장면 양 좀 ‘낭낭하게(넉넉하게의 틀린 표현)’ 달라고 했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며 해당 음식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아이디 ‘재연맘’의 ‘낭낭하게’라는 말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게시물의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앞다투어 달린다. 글 속의 표현대로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엄마를 일컬어 일각에선 ‘맘충’이라 부른다. ‘일베충’(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 사용자를 비하하는 말)이 연상되는 신조어다. ‘맘’ 뒤에 벌레 충(蟲)자를 붙였다.

‘나무위키’(여러 분야의 지식을 다루는 온라인 잡학사전.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사이트에도 이 말이 등장했다. 이에 따르면 ‘맘충’은 ‘일부 개념 없는 이기적인 엄마만을 뜻하는 말’로 ‘아이를 빌미로 민폐를 끼친다든지 주로 주부인 엄마들이 많은 결집력 강한 부모 커뮤니티에서 단체로 여론을 조성한다든지 따위 깡패짓을 하는 막장의 경우’에 쓰인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맘충’의 연관 검색어 중 하나인 ‘마리텔 백종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은 출연자가 채팅창을 띄워놓고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요리 방송을 통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채팅방은 주부들에게 인기였다. 이 방에서 ‘맘’이란 아이디를 가진 이들이 백씨에게 자기 아이 이름을 불러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고, 그걸 안 해주면 소통을 안 한다고 투덜대거나 불만을 늘어놓는 식의 행태를 보여 다른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게 되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이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채팅방 검열에 대한 건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인터넷에 음식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재연맘’이 쓴 ‘낭낭하게’라는 말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맘충 매트릭스’

‘맘충’이라는 단어의 쓰임은 ‘일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포괄적이다. 특히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가 아이 엄마 비난의 중심에 있다. ‘맘’이라는 말 자체가 이곳에서 많이 쓰이는 아이디 형태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해 연구해온 김유진씨(서강대 언론대학원)는 “기존 온라인 커뮤니티는 가명 등으로 만들어진 ID를 사용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갖는 익명성이라는 특성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육아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자신을 맘,  엄마 등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 활동명에 아이의 이름과 함께 회원인 엄마의 출생연도, 거주 지역 표시까지 명시하는 것을 회원 등록의 조건으로 하기도 한다. 이 같은 표현 방법은 회원들 간의 연대감이나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후에 상호작용성과 친밀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육아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변인 연구>)라고 정리했다.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줌마체’ 역시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는 말투를 패러디한 유희거리였다.

‘나무위키’의 정리에 따르면 ‘맘충’은 이런 커뮤니티에서 남편을 비교하고 험담하고 연예인까지 맘에 안 들면 ‘다 까고 본다’. 타요버스 전국확대 운행 과정에서도 이들이 억지를 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호회 회원을 모아 방송 홈페이지 게시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심지어 거짓으로 결론 난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을 공론화했다. 과도한 아이 자랑, 프로필 사진을 아이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까지도 이들의 특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자면 웬만한 아이 엄마는 ‘맘충’ 안에 포함된다. 젊은 엄마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이 안에서 또 한 가지 읽어낼 수 있는 건 여성 혐오 코드다. 성역화되었던 모성에도 혐오가 등장한 것. ‘된장녀가 나이 먹어 맘충이 된 것뿐이에요’라는 유의 글에 수긍의 댓글이 달린다. 김치녀의 탄생 코드와 비슷하다. 왜 아이 엄마를 싸잡아 욕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만 이야기하는 거라며, ‘발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대응하는 식이다.

김치녀 역시 일부 ‘개념 없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라고 강조했지만 젊은 여성 전반을 일컫는 말로 확장되었다.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은 “김치녀는 소비문화와 연결된 된장녀와 달리 여성 전체를 특정한 개념으로 쓰이는데 미묘하게 모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 그 모성을 특정한 게 맘충이다. 모성이 없어도 괴물이 되고, 있어도 괴물이 된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만 놓고 보면, 너무 자기 자식만 중요시해도 맘충, 방치해도 맘충, 어머니의 정체성을 거부해도 맘충이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키즈존 논란을 몰고 온 몰지각한 엄마들이 있는 건 사실 아니냐고 묻는다. 손 연구원은 “녀라는 말이 생길 때마다 실제 문제적 여성이 개개인으로는 있었다. 그러나 이를 포착해서 전체 여성의 특징으로 만들어내는 게 여성 혐오의 핵심 기제다. 모성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단지 개별 어머니의 문제를 포착한 뒤 지금 이 시대 어머니의 특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매트릭스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맘충’이라는 또 하나의 매트릭스가 탄생하고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화면 갈무리</font></div>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자인 백종원씨의 채팅방은 주부들에게 인기였다. ‘맘’ 아이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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