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걸음 걷고 온몸을 엎드려 설악을 품에 안는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 걸음. 한없이 몸을 낮췄는데도 구름이 어느새 등 뒤로 다가왔다. 오색약수터를 떠나 10시간. 해발 1708m 설악산 대청봉이 코앞이다.

8월10일 새벽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와 조현철 예수회 신부(서강대 교수), 박성율 목사(강원 홍천 한가람교회), 그리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약수터에서 시작해 대청봉 아래 끝 청을 잇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경로를 따라 오체투지를 했다.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2년과 2013년 거푸 무산된 사업계획이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언급된 후 다시 추진되고 있다. 사업이 시작되면 환경 파괴는 불 보듯 뻔한 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된 산양마저 8월5일 사업예정지에서 포착되자 오체투지로라도 반대 의지를 표명하고자 길을 나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쉽게 망가지는 법. 지금의 설악이 아름다운 건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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