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적이 된 MB 정부의 ‘간판 스타’
  • 주진우 기자
  • 호수 412
  • 승인 2015.08.0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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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인데도 수사 상황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조 전 청장 재임 당시 검·경 수사권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였던 탓일 가능성이 크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이명박 정부의 간판 스타였다. ‘MB의 아바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웠다. 활동량도 많았다. 그만큼 원성도 컸다. 무리한 실적주의, 이어지는 파면·해임, 평택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 장자연씨 자살 수사,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무수한 구설을 뚫고 그는 2010년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른다. 사법 처리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도 말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라고 발언해서 노 전 대통령 유족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였다. 인사청문회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야당의 공적 1호였다. 당시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조 후보자만은 지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의 신뢰는 두터웠다. 위는 2011년 경찰의 날 기념식.

2010년 12월, 2011년 4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조 청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차례 서면조사로 조 청장에 대한 수사는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조 청장이 퇴임한 직후(2012년 4월), 검찰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칼날은 조 전 청장을 정조준했다. 2012년 5월 검찰은 조 전 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그리고 2013년 2월 조 전 청장이 법정 구속된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사례는 드물었다. 청와대에서도 당황했다고 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구속 수감됐고, 만기 출소했다.

다시 조현오가 검찰의 타깃이 됐다. 지난 5월, 검찰은 승진을 부탁하면서 조 전 청장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건설업자 정 아무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또 기각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특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조 전 청장이 뇌물을 받고 승진시켜줬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렸다. 검찰은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경찰을 부르지도 못했다. 조 전 청장도 부르지 못했다. 전형적인 망신주기다.

조 전 청장의 말이다.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내 주변을 들쑤셨다. 부산지검 특수부 인력 40여 명을 총동원해 내 통화 내역과 계좌 추적은 물론 부산·경남 일대 골프장을 다 뒤졌다. 내가 정씨랑 골프를 쳤는지 샅샅이 조사했다. 심지어 회원권이 있는 서서울컨트리클럽에 대해 이 잡듯이 조사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호소해왔다. 또 내가 출소한 후 몇 차례 다녀온 해외여행 경비를 정씨가 댄 건 아닌지 여행사를 조사했다. 정씨가 주요 접대 장소로 자주 들렀다는 부산 지역 룸살롱과 주요 호텔을 뒤져서 정씨와 내 흔적을 파헤쳤다. 아무리 뒤져도 뭔가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중·고교 동창들을 파기 시작했다.”

조 전 청장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이미 조 전 청장은 비리혐의자로 낙인이 찍혔다. 검찰이 수사 상황을 상세히 알린 탓이다. 그렇다면 MB 정부의 스타는 왜 검찰의 공적이 되었을까?

검사 비리 사건에 경찰이 나서자 발끈한 검찰

우선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 전 청장은 수사권을 두고 검찰에 맞섰다. 경찰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청장직을 사임하겠다며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자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 전 청장에게 “차명계좌 수사 중인데 수사권에 대해 그리 강하게 발언해도 되는 것인가요”라고 말했다는 게 조 전 청장의 주장이다. 조 전 청장은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사법 개혁을 위해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자신도 기회가 주어지면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을 이루어 기득권을 타파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권 조정을 담당했던 한 검사는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다고 조 청장이 너무 나댄다. 조현오의 독선이 경찰 조직과 사법제도 근간을 망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관심만 가져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11년 6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조 전 청장이 경찰청 수사국을 개편하면서 ‘범죄정보과’를 만든 것도 검찰 처지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었다. 범죄정보과 신설은 범죄 첩보를 입수해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범죄정보과에서 검사들의 비위를 건드렸다. 2012년 김광준 검사 사건, 2013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건 등 검사 비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검찰은 발끈했다. 이 모든 게 조 전 청장의 작품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여기에 조 전 청장이 검찰의 원한을 사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2012년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 아무개 영등포세무서장이 육류 수입 가공업체 대표로부터 현금 2000만원, 갈비 세트 100상자, 40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윤씨가 골프 접대를 한 사람 가운데는 검찰 고위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골프장 출입자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섯 차례 거절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검찰이 골프장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못하게 했다. 윤 세무서장의 동생이 현직 부장검사인 데다 접대 명단에 검사 이름이 나오자 검찰에서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윤 세무서장은 2012년 8월 광역수사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홍콩으로 도주한다. 도피 행각을 벌이던 윤 서장은 2013년 4월 타이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국내로 송환됐다. 홍콩으로 출국한 지 8개월여 만이었다. 경찰은 곧바로 윤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반려했다. 검찰은 윤씨에 대한 수사를 미루고 미루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영장에는 알맹이가 빠진 상황이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결국 검찰은 “대가성이 없다” “증거가 부족하다” 따위 이유로 윤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현직 세무서장이 뇌물을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됐는데도 말이다. 윤씨와 골프를 함께 친 고위 검사 중 한 사람이 부산지검 차 아무개 차장검사다. 공교롭게도 차 검사는 현재 조현오 전 청장 수사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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