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정부는 세계 재난 역사에 길이 남을 대책 하나를 발표했다.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1인당 3000달러(약 335만원)를 보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망 시에는 보상금이 1억원까지 올라간다. 이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관광객 유치 방안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졌다!’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위기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한국인의 저력이 재확인된 것일까? 일부 해외 누리꾼은 “재난을 유머로 승화시켰다”라며 한국 정부를 극찬(?)했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서 관광산업 부문이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여당 쪽에서 나온 대책은 심지어 ‘국내 여행 독려’ 캠페인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최근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인상률도 예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8.1%(2015년 7.1%). 남은 것은 시내 여기저기에 걸려 쓸쓸히 나부끼는 새누리당의 국내 여행 독려(사진 아래) 현수막뿐이다.

한낮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16일 오후, 서울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새누리당 현수막 바로 위에 노동당의 새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 경제를 살리려는 새누리당의 ‘애국심’에 적극 부응하고 싶어도, 올해와 내년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어려운 일일 뿐이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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