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오전 검은 죄수복을 입고 종이로 만든 창살을 든 사람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 1호의 헌법소원 공개 변론을 앞두고 모여든 이들은 첫 번째 합헌 결정(2004년) 이후 감옥에 다녀온 병역거부자 8000여 명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처음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병역거부 문제는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이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수많은 논쟁과 대립을 낳았다. 이날 열린 공개 변론에서도 분단의 현실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 도입은 곤란하다는 국방부 측과 종교관·세계관 등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형성된 양심의 결단을 강제할 수 없다는 청구인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재는 이번 공개 변론의 내용을 참고해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뒤 올해 안으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에는 헌재가 이전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미 한국 정부에 대체복무 등의 대안 없이 형사처벌만을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침해라는 권고를 내린 적이 있다. 그것도 여덟 차례나 말이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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