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녹차를 풀어놓은 것보다 더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7월1일 오후 성산대교 북단 교각 아래에서는 한 시민이 녹색으로 일렁이는 한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지난 6월30일 오후 2시를 기해 한강에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한강 서울 구간에 경보제가 시행된 2000년 이후로 ‘조류경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이한 것은 녹조가 한강 하류 지역부터 발생해 상류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류경보는 남조류 세포수가 1㎖당 5000개가 넘으면 발령된다. 7월2일 측정한 성산대교 인근의 남조류 개체수는 1㎖당 3만2791개로 경보 발령 수치의 6배를 뛰어넘었다. 남조류는 신경독소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인체에 유입되면 호흡곤란과 신경전달장애를 일으킨다.

한강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첫 번째 원인은 가뭄과 폭염이다. 가뭄으로 인해 팔당댐 방류량이 크게 줄어 물 흐름이 정체된 탓이다. 거기에 일찍 찾아온 고온현상도 한몫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간간이 내린 장맛비도 원인이다. 도심에 쌓인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한강으로 유입되면서 녹조류의 먹이인 질소와 인을 증가시켰다. 또한 행주대교 하류에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신곡 수중보’가 한강을 ‘호수화’하면서 녹조류가 창궐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큰비가 올 때까지 한강은 녹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헐크’로 변신하지 않도록 서울시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조남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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