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몸에 열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적인 취재수첩에는 6월2일 오전 평택성모병원, 같은 날 오후 평택 굿모닝병원이라 적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까지 갔으면 메르스 1번 환자와 이동경로가 거의 일치할 뻔했다.

잠복기를 의심할 때쯤 손에 잡힌 건 촉촉한 수영복 가방. 수영으로 단련된 몸도 메르스를 걱정할 만큼, 두려움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마도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보여준 정부의 대응 미숙과 은폐가 초래한 불신이 불안감을 키웠으리라.

불신과 불안감에서 비롯된 대한민국의 변화는 같은 날 퇴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사진) 위에서도, 텅 비어버린 명동 거리에서도, 폐쇄된 병원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시사IN〉 사진기자들이 지난 한 주간 메르스가 바꿔놓은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능이 빚어낸 일상의 불안감은 커다란 마스크로도 감춰지지 않았다.
 

ⓒ시사IN 이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