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그녀들의 황홀한 ‘물 음악’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있다. 피지에서 서쪽으로 800km 떨어진 바누아투 공화국. 13개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에는 별나고 신비하고 멋진 것들이 적지 않다. 손으로 물을 가지고 노는 ‘물 음악’도 그 중 하나다. 바누아투에 거주하는 블로거 블루팡고(bloggernews.media.daum.net/news/1358049)가 그 기발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소개한다.

〈바누아투 최북단 뱅크스 아일랜드라는 섬에서 ‘물 음악’이라는 신비한 전통 음악을 연주한다기에 다녀왔다. 뱅크스 아일랜드의 전통 복장은 옷에서부터 장신구까지 모두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든 것이었다. 여성 의상은 비교적 단순했지만, 머리 장식만은 아주 예뻤다. 남성들이 그 여성들을 호위했다.
바다가 나타나자 여성이 물속에 들어갔고,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연주자는 여덟 명, 음은 네 가지 정도인 것 같았다.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있었는데, 손으로 여러 음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물놀이하는 것처럼 몸짓이 격렬해 힘들 법도 하건만,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가만히 보니 바닷물 속 깊이 손을 넣고 휘저으며 굵은 물방울을 만들면 저음이 났고, 바닷물을 끌어올려 박수를 치면 고음이 났다. 한 손을 물에 담그고 박수를 치면 묘한 중간 음이 났고…. 그들의 아름답고 놀라운 창의력에 그저 박수만 나왔다. 박수만….〉


다채로운 경주 밤이 더 멋지네

경주는 언제 가도 낯선 얼굴이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표정과 빛깔이 시시각각 변한다. 경주에 사는 블로거 김용석씨(withdica.com)는 특이하게도 캄캄한 밤에 경주를 거닌다. 한낮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묘미 때문이라는데, 그를 따라서 경주 밤길을 노닐어보자.  

〈한밤에 혼자서 경주를 걸어본다. 이맘때는 말동무도 가족도 방해가 된다. 고도를 느릿느릿 걸으며 신라인의 옛 자취를 느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넓은 경주를 하룻밤에 다 보는 것은 무리다. 빨리 걸을수록 다가와야 할 것들이 달아나버린다. 혼자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그러나 예리한 시각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깨진 기왓장에, 바닥에 깔린 문양에 시선이 제대로 머무른다.

밤에 보는 경주는 낮에 보는 경주와 무척 다르다. 그 중에서도 안압지와 대릉원, 첨성대로 이어지는 대릉원 지역의 야경이 정말 멋지다. 참, 그 전에 문 닫은 불국사를 먼저 둘러보기를 권한다. 불국사는 사시사철 사람이 붐비는 사찰이다. 그런데 느지막이 찾으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후 6시가 넘으면 출입을 통제하는데, 이미 입장한 관람객에게는 7시까지 관람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 한 시간을 잘 활용하면 불국사 곳곳에 서린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의 안압지는 또 다른 절경이다. 안압지는 조선시대에 붙인 이름, 옛 이름은 월지이다. 어둡기 전에 그 월지를 한 바퀴 돌며 미리 사진 구도를 잡아놓는다. 아마, 이때쯤이면 서서히 조명이 들어올 것이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미리 봐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만약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거울 같은 연못에 조명을 머금은 누각이 비칠 것이다. 운이 더 좋다면 연못에 비친 보름달까지 볼 수 있는데, 황홀경이 따로 없다. 

월지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면 첨성대로 이동한다. 걸어서 5분 거리. 교과서에서나 보던 첨성대를 본다는 것은, 그것도 한밤에 본다는 것은 정말 흥분할 일이다. 아름다운 곡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첨성대를 지나면 넓은 벌판 곳곳에 커다란 옛 능들이 보인다. 어두운 밤에도 능선은 참 부드럽고 곱다. 한낮에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 절대로 못 볼 곡선이다. 

신라인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귀족적이었다. 그리고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할 놀라운 건축물을 짓고 살았다. 현재 엑스포공원에 임시 재현한 황룡사 9층 목탑(사진)도 그 중 하나이다. 아파트 20여 층 높이의 하중을 목재가 어떻게 견뎠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경주의 밤거리를 거닐면서 신라인의 미적 감각과 정취를 느껴보지 않으렵니까?〉


8개 민족’ 소통시킨 에스페란토어 마력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조차 무력해질 때가 있다. 이때 유용한 언어는 중국어도 스페인어도 아니다. 세계 공용어로 알려진 에스페란토어이다. 이 말을 배워두면 어쩌면 영어보다 더 유용할지 모른다. 스웨덴과 발트 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리투아니아의 블로거 초유스(chojus.tistory.com)가 얼마 전 에스페란토어 덕을 톡톡히 봤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세계 언론인 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매일 대회신문을 만드느라 여러 나라에서 온 옛 친구들과, 몇 해 만에 만나는 정겨운 옛 친구들과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해서 아쉬웠다. 마침 대회 마지막 날 저녁 국회의장 만찬이 일찍 끝나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탁자에 둘러앉으니 폴란드·스위스·체코·핀란드·헝가리·불가리아·한국·리투아니아 등 8개 민족(사진)이 모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 우리는 아무런 언어 장벽 없이 대화를 즐겼다.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박장대소했고, 참석하지 못한 다른 친구의 근황을 묻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민족이 심리적 부담감 없이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데는 중립적 언어라 할 수 있는 에스페란토어가 있기에 가능했다. 에스페란토어는 자멘호프(1859~1917)가 188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발표한, 세계 공통어를 지향하는 국제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 언어’이다.
자멘호프가 태어난 옛 리투아니아 대공국령(領)인 지금의 폴란드 비얄리스토크는 당시 여러 민족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 그로 인해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고 민족 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자멘호프는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여러 언어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냈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 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1905년 프랑스 북부 볼로뉴에서 열린 세계 에스페란토어 대회에서 자멘호프가 한 연설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어 몰입 교육으로 치닫는 한국 상황에서는 힘들겠지만, 혹시 에스페란토어를 배워보고 싶은 분은 서울의 한국에스페란토협회(02-717- 6974)나 에스페란토문화원(02-777-5881)에 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기자명 정리·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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