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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맞닥뜨린 우리에게 ‘필요한 것’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15년 06월 24일 수요일 제4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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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align=right><font color=blue> </font></div><검은 감자>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검은 감자>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역사 시간에나 이따금 들춰본 세계사 책에서도 스치듯이 언급되었던 것 같다. 1845년부터 5년 동안 아일랜드 대기근이 있었다고. 800만명이 넘는 인구 중에 100만명이 사망하고, 200만명이 굶주림과 전염병을 피해 이민을 떠났다는 이 역사적 사건이 궁금했다.

저자는 생존자들의 증언 기록 등 여러 자료를 통해 당시 참상을 생생하게 복원해냈다(서술은 구체적이고, 일화는 때로 애틋하다). 수확한 감자가 심할 때는 4분의 3이 썩었고, 어떤 해는 수확량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감자가 주된 식량이었던 농민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대재앙이 발생했으니 나라님도 어찌할 수 없었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일랜드 들판에는 밀, 귀리, 보리, 호밀 등이 가득했다. 그 곡식은 지주의 것이었다. 농민들은 손도 댈 수 없었던 그 곡식은 영국과 다른 나라로 수출되었다. 사람이 굶주려 죽어나가는 판에 지배층은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인재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쓴 책이 독자에게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역사적 사실에 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의문점을 물을 용기,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실존적으로나 자신이 맡은 책임을 곰곰 생각해보고 그에 따라 행동할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당당하게 맞설 용기.” 뜻하지 않은 질병에 맞닥뜨리게 된 우리에게도 이런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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