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어도 ‘못 오를 나무’는 없어
  • 김은남 기자
  • 호수 405
  • 승인 2015.06.23 00: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명문대 학생의 삶은 나랑 상관없는 것 아닐까. 의심은 잠시였다. 참석자들은 멘토들의 삶을 통해 자신감과 위로를 얻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사IN〉 공감 콘서트에 참석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서울과 청주에서 열린 2015 〈시사IN〉 글로벌 리더십 포럼에는 각각 2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거제·군산·해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학생 참가자도 많았다. 이들이 보내온 포럼 참가 후기를 소개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요즘따라 부쩍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듯해 고민이 많았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나더러 붕 떠 있는 것 같다고 하셨고, 나 또한 학교에서 멍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시사IN〉 애독자인 아버지께서 잡지 한 면에 실린 리더십 포럼 광고를 보여주셨다. 내가 원하면 보내주시겠다면서.

기쁜 마음에 서울로 가는 KTX 열차를 탔다. 학교도 빠지고 연세대도 탐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강연 장소인 연세대 공학원에 가니 굉장히 떨렸다. 친구도 없이 혼자 강연을 들어야 했던 나는 주변에서 다들 서울말을 쓰는 것을 보고 미리 서울말로 질문하는 연습까지 했다(결국 질문할 때는 그냥 부산말로 했던 것 같다). 미국 명문대 형·누나들의 강연은 나처럼 평범하고 게으른 학생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시간이었다. 이분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딱히 집안 형편이 나쁜 것도 아니고 부모님께서 내게 특정 직업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div align = right></div>
                                
                                </figure>
                                </div>
문제는 나 자신. 솔직히 나는 중2 때 롤게임(〈리그 오브 레전드〉)에 빠지고, 중3 때 연애를 하면서 헤맨 경험을 갖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초심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멘토로 선택한 한혜민 선생님께서 흥미로운 조언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10가지를 쓴 다음 그 이유를 2~3줄씩 써보라고 하셨다. 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논문을 보면,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곧 실천에 옮겼다. 현재 10가지는 다 채웠는데, 그 이유들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 중이다. 덕분에 나의 17년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div style=이승규(부산 브니엘고)



원하는 일 모두 하며 살 수 있다면

나는 한때 음악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주변의 만류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교사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이번 포럼에서 멘토가 되어주신 한혜민 선생님은 이런 나의 고민을 듣고 자신의 친구 얘기를 들려주셨다.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분인데, 평소 음악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홍대 앞에서 1년에 한두 번 공연도 하신단다. 내가 원하는 일을 둘 다 하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을 거라고 느꼈다.

처음 포럼에 참가할 때만 해도 하버드·스탠퍼드·컬럼비아 같은 미국 명문 대학교는 나랑 상관없는 다른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강사들의 말을 듣고 나서는 내가 여태껏 너무 좁게만 생각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 미래를 넓은 시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 행복하다.

이아영(서울 경복여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마라”

중간고사 성적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아 혼란스럽던 차에 진로 담당 선생님의 소개로 〈시사IN〉 포럼을 알게 되었다. 참가 신청은 했지만, ‘가뜩이나 공부도 못하는데 이렇게 학교를 빠져도 될까’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포럼을 마친 지금은 학교에서는 얻지 못할 값진 것들을 얻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내 기억에 특히 깊게 남은 분은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올해 졸업한 임태훈 선생님이다. 임 선생님은 대학 재학 시절 미시간 대학 경영학과 교수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이분께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대학 편입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상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 유학을 갈 수 있었던 만큼 50개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해봤지만 아무 데서도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평소 존경하던 세 사람에게 직접 편지를 쓴 결과 3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지원받고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나는 우리 집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내가 꿀 수 있는 많은 꿈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별’로 생각하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철학 공부를 하고 싶었던 꿈,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꿈, 대학에 진학하고 유학을 가는 꿈 등. 그런데 선생님 얘기를 들으면서 ‘오르기 힘든 나무’를 ‘오를 수 없는 나무’라 단정한 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는 스탠퍼드 대학 박한나 선생님의 말씀 또한 마음에 와 닿았다. 평소 같으면 무덤덤하게 듣고 흘렸을 말인데, 요즘 내가 힘든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그날은 눈물이 날 뻔했다.

말에 기교가 있거나 사람을 혹하게 하는 강의는 그 순간에만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번 포럼 강의는 물에 뜬 물수제비가 강물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느낌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런 느낌을 잘 살려 내가 바라는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s2ice7(충북 청주)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