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가는 길? ‘잉여로움’에 있어요
  • 송지혜 기자
  • 호수 405
  • 승인 2015.06.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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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의 사회 환원 프로그램인 공감 콘서트가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공감 콘서트는 ‘꿈’을 주제로 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무료 강연이다.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4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공감 콘서트

성공으로 가는 길? ‘잉여로움’에 있어요
조금 힘들어도 ‘못 오를 나무’는 없어




UC버클리에서 전자전산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강욱씨(27)에게는 친구들이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신입생 학력고사에서 수학 점수를 5점 맞은 후, 친구들의 잠을 깨워 물어볼 정도로 공부에 열중했다. 아마추어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씨는 친구들에게 〈스타크래프트〉를 알려주며 ‘실력’을 나눴다. 그는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기 어려워하는 학생을 위해 페이스북에 매일 문제풀이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이씨는 “친구에게 배우는 게 서로 돕는 길이다. 배우려는 태도보다 배우려는 생각이 없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리더십 포럼-2015 청소년을 위한 〈시사IN〉 공감 콘서트’가 충북(6월5일), 서울(6월8일)에서 열렸다. 공감 콘서트는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6회를 맞은, 〈시사IN〉의 대표적인 사회 환원 프로그램이다. 공감 콘서트는 ‘꿈’을 주제로 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무료 강연이다.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여러 지역에서 행사를 열지 못한 까닭에 군산·해남·거제·목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직접 서울로 온 고등학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충북 포럼은 충북인재양성재단과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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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콘서트는 게스트 특강, 유학생 강의, 멘토·멘티 만남 등 3부로 진행되었다. 특별 게스트로 사회적 기업 ‘모티브하우스’ 서동효 대표(충북)와 방송인 전현무씨(서울)가 나섰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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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32)는 고졸이다. 놀이공원 직원, 유치원 교사를 거쳐 ‘꿈 문화 기획자’라는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었다. 서 대표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꿈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돈을 벌 수 있나?’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따위의 질문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그려내자”라고 말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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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감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선 방송인 전현무씨(38)는 “여러분, 꿈이 있으신가요?”라고 질문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그들의 꿈을 묻고, 왜 그 꿈을 꾸는지 들었다. 최고의 예능 MC를 꿈꾼 그는 YTN, KBS 아나운서를 거쳐 프리랜서 ‘아나테이너’가 됐다. YTN 재직 시절, KBS로 이직을 결정한 후 그 사정을 묻는 당시 표완수 YTN 사장(현 〈시사IN〉 대표이사)에게 “저는 뉴스가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명확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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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꿀 꿈이 없는 순간, 죽은 인생과 같다”</stron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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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질문에 뻔하지 않게 답하고 행동하면 꿈에 반응하는 속도가 두세 배는 빨라진다. 전씨는 아이돌 가수 샤이니보다 ‘루시퍼’ 춤을 더 많이 추고, 아이유의 7단 고음을 ‘우습게’ 선보이면서 ‘아나운서는 못할 거야’라는 편견을 깼다. KBS 아나운서 시험 면접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느냐는 정연주 전 사장의 질문에 〈개그콘서트〉라고 답했다. KBS 창사 이래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답한 아나운서 지망생은 처음이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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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개그콘서트〉를 좋아했다. 대학생 시절, 늦은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분식을 파는 포장마차에 들렀다. 어묵 꼬치를 정리하던 주인아주머니는 손바닥만 한 흑백 화면 속 〈개그콘서트〉를 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음으로 삶의 시름을 이겨내는구나. 나도 언젠가 화면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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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꿈을 이뤘지만 또 다른 꿈을 꾼다. 인생은 꿈을 이루다 가는 거라면서 “꿀 꿈이 없는 순간, 죽은 인생과 같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내공’을 쌓은 뒤 시사와 예능이 접목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뉴스를 못하는 아나운서라는 이미지를 던져버리고 ‘한국의 래리 킹’이 되기를 소망한다. 거제도에서 서울행 심야버스를 타고 공감 콘서트에 참석한 황유라양(18)은 전씨에게 거제도산 멸치를 선물했다. 황양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제 꿈을 이뤘을 때 방송할 기회가 생기면 (전현무씨가) 진행을 맡아달라”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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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진행된 공감 콘서트에서는 강사 6명이 자신만의 꿈을 이야기했다. 이강욱씨는 핫도그 가게에서 눈여겨본 ‘성공으로 가는 길’ 포스터를 찾아 스크린에 띄웠다. 포스터에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성공, 그 아래 기회·게으름·자만·망각·사기·부주의·허영심 같은 단어가 그림과 함께 적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시절을 돌아보았다. 과학고에 꼴찌로 입학해 상위권으로 졸업한 10대, 지각이나 결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20대 초반, 그리고 게임 〈롤〉을 막 끊고 ‘성공’의 중턱까지 온 현재까지. 그는 “‘성공’으로 가기까지 ‘잉여’로운 시간을 한참 보냈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근 라이스 대학 경영학 박사과정에 합격한 임태훈씨(30)는 2012년,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에 합격했지만 유학길에 오르기 일주일 전까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에서 2년6개월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좌절될 위기였다.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일면식도 없던 세 사람에게 무작정 후원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결국 한 사람에게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받았다. 기적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한 임씨는 “가난·외모·장애 등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기를 바란다. 가난은 내게 주어졌지만, 그 가난을 깨보자고 한 건 내가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성기씨(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박사과정·26)는 네 살 때 장난감 비행기를 갖고 놀면서도 ‘비행기’라는 말을 못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도쿄로 건너간 그는 다섯 살 때 서울로 왔다가 일곱 살 때 중국 선전으로 건너갔다. 당연히 언어가 문제였다. 중국어 성적은 전교에서 꼴찌에 가까운 400등이었다. 그런 그가 교내 로봇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고 광둥성에 이어 전국에서 우승했다. 국제경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MIT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는 경제학을 전공해서 기초부터 쌓아 현재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1등 기업’에서 찾을 수 없었던 행복

부모가 강요하는 꿈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을 위해 컬럼비아 대학 유아교육학 박사과정의 김혜영씨(29)가 멘토로 나섰다. 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그녀의 꿈을 부모는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는 ‘본능’에 따라 유치원 교사를 꿈꾸며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공부하는 동시에 유치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부모님은 뒤늦게 가장 큰 지지자가 되었다.
 
박한나씨(스탠퍼드 대학 도시환경공학디자인 석사과정·31)는 대학 진학부터 ‘리얼한 인생’을 맛봤다. 삼시 세끼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지방 출신의 설움부터, 상대적으로 학비가 싼 국립대를 다니는데도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고난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누구나 선호하는 ‘1등 기업’에 가까스로 취직했지만, 직장 생활 6년 동안 동기와 선후배 누구도 행복하다는 사람이 없었다.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오른 박씨는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때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한혜민씨(스탠퍼드 대학 교육학 박사 수료·30)는 전직 윤리 과목 교사다. 학생의 ‘코드’를 아는 까닭에 그의 강의를 듣는 내내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씨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서 중학교에 가지 않고 정보통신고(실업계)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부전공으로 삼았다. 대학원 13곳에 입학원서를 내고 12곳에 떨어졌지만 끝까지 낙천적이었다. 관심사가 다양한 그는 뇌과학을 활용한 도덕 교육 방법을 연구한다. 한씨는 “실패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툴툴 털고 일어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공감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인 멘티-멘토 만남이 이뤄졌다. 강의를 들은 고등학생들이 직접 두 명의 멘토를 선택해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공부 방법과 진로, 연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멘토로 나선 강사는 학생들에게 이메일과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며 SNS 상에서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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