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흔적 없이 떨어진다는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지만, “조류기피제를 실리콘으로 단청에 부착해도 될까?” 하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비둘기의 배설물로 훼손되는 단청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실리콘 작업이라 괜찮다”라는 덕수궁(사적 제124호) 관계자의 설명도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6월8일 덕수궁 대한문에서 촬영한 사진을 전문가에게 보내 자문해봤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적은 양이라고 해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실리콘은 단청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되며, 단청 외관에 변화를 주는 작업 또한 어떤 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덕수궁 측에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비둘기 퇴치를 위해 부시(그물)나 오지창을 설치해도 훼손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훼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외한도 의심이 가는 저 방법 말고는 정말 대안이 없는 걸까? 대한문 곳곳에 실리콘으로 고정된 조류기피제가 몹시도 거슬린다.

ⓒ시사IN 이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