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거리에서 끌려가고 화가가 긴급체포되었으며, 출판사가 수색당하고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졌다. 출두요구서가 날아들고, 벌금이 떨어졌으며, 인신이 구속되었다. 당신들은, 비록 예술일지라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왔다.”

6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사진가 노순택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날 그는 노순택도 사진가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예술가들 역시 이날만은 그 자신이 아니었다.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만으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6월11일 2심 판결을 앞둔 송경동 시인 앞에서 예술가들은 앞다투어 ‘내가 진짜 희망버스의 배후였노라’ 고백했다.

아픈 시대를 표현해낸 것이 예술가의 죄라면 내가 송경동 시인이 되어 함께 그 죗값을 치르겠다고, 어떤 이유에서든 예술을 구속할 수 없다고, 송경동의 가면을 쓴 수많은 예술가들이 외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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