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간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일단 독자들에게 책을 보여줄 공간이 점점 사라져간다. 출판 생태계의 모세혈관이라 할 동네 서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형 서점에 누워 있다가 서가에 꽂히면 어느새 ‘그 책이 언제 출간되었지?’ 싶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기를 쓰고 인터넷 서점의 메인 화면에 ‘노출’되고 싶어 한다. 책 출간 이후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방금 나온 그 따끈따끈한 신간이 이 세상에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사라진다. 그래서인가. 독자들도 베스트셀러를 습관처럼 클릭하곤 한다.
책을 즐겨 읽는 독서 리더 25인에게 ‘당신이 읽은 올해의 책을 꼽아달라’고 부탁하는 건 좀 더 다양한 도서 목록을 전하고 싶어서다. 원고가 하나둘 모이면서 지면의 색채가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 책 한 권 한 권이 지닌 아우라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또 다른 매혹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