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이 오니까 학생들이 막 내빼오더라구. 그래서 안 되것길래 우리 식당 옆 고물상 있는디 감춰놓고 왔는디 그동안 우리 딸이 뭐라 하니까 때려부리더라구 계엄군이. 고등학생인 우리 딸이 무조건 맞아노니까 얘가 울분이 났더라고. 그래서 이튿날 우리 딸하고 도청으로 내려갔어. 내려가니 우리 딸이 그러더라구. ‘아버지 나 가볼라요.’ 그라고 들어가는디 워째… ‘으 들어가’ 하고 왔는디 정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닷새 앞둔 5월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개관한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만난 주대채씨(81·사진 속 인물)는 35년 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히 도청으로 보낸 딸 주소연씨(53)는 무사히 돌아왔고 도청 안에서 써내려간 일기는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던 어느 광고 문구처럼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그때의 아픈 기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5월의 광주를 담은 기록들이 말이다.
 

ⓒ시사IN 이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