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쪽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시사IN〉 기사 가운데 오 후보가 영화배우 출신이라고 소개한 대목이 있는데, 이를 연극배우로 바꿔달라는 내용이었다. 통상 연극보다는 영화가 더 대중적이라 이름 알리기에는 영화배우 타이틀이 더 나을 텐데 왜 그러나 싶어 ‘오신환, 영화배우’라고 검색해봤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출연했던 영화가 두 편에 불과하고 제목 또한 야릇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관련한 ‘토론’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오신환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1998년 독립영화 〈둘 하나 섹스〉에 조연(‘때리는 사내’ 역할)으로 출연하였고…”라고 쓰인 위키피디아 정보에 대해 누군가 “오신환은 정치인으로 전업하면서 연극배우를 은퇴하였으므로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부분은 삭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조연 배우가 맡은 구체적인 역할까지 본문에서 소개할 필요가 없으므로 ‘때리는 사내 역할’은 삭제되는 것이 합당합니다” 등의 요청을 해서 일부가 반영된 것이다.

어찌 보면 “뭐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인가?” 싶다. 하지만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그만큼 평판과 이미지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조금이라도 표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것들은 미리미리 차단하고, 반대되는 경우는 어떻게든 활용해보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자기 아이들은 다 미국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고, 본인 또한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니 그 어찌 문제 삼지 않을 일인가? 게다가 의혹을 제기한 본래 소스는 탐사보도 전문기자였으니 충분히 믿을 법도 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고 후보가 비자 내역까지 내보이며 반론을 했으면 깨끗이 사과하거나 그래도 의혹이 있다 여겨지면 이를 입증하기 위해 끈질긴 추적 작업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소홀히 한 채 고 후보 딸의 폭로에 따른 전세 역전의 반사이익만을 누렸다. 조 교육감이 원해서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조 교육감 측의 변론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4.23

그렇다고 이번 사안이 교육감 자리를 박탈해버릴 만큼 ‘악질’적인 것이냐에 대해서는 얘기가 또 다르다. 엄청난 액수의 불법 자금을 챙기고도 국민을 속이고 검찰 수사를 피해보겠다고 거짓말과 말 맞추기를 일삼는, 그보다 훨씬 더 죄질 나쁜 인사들이 여전히 높은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조 교육감에 대한 최종 판단은 상급심을 지켜봐야 하지만,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한 주였다. 그나저나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감정적 판단’이라며 그토록 폄하하던 언론들은 다 어디로 갔나?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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