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자 신문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에는 자원외교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기사가 실려 있고, 그 옆에는 경남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대기업 회장과 환하게 웃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사실 요즘 기업 쪽 사람들을 만나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불만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동안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 “창조경제의 실체가 없다”라는 비판에 시달려온 박근혜 정부가 17개 광역시·도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기업들에게 한두 곳씩을 맡겼는데,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크다는 불평들이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드디어 ‘보여줄 것’이 생겼다는 반가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하는 행사라면  반드시 참석해 스폰서 기업의 대표와 함께한 장면을 연출해주곤 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삼성), 부산(롯데), 광주(현대차), 대전·세종(SK), 충북(LG), 전북(효성), 경남(두산) 등 9개 지역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고, 서울(CJ), 경기(KT), 인천(한진), 충남(한화), 울산(현대중공업), 전남(GS), 강원(네이버), 제주(다음카카오)가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기업 처지에서는 정권에 미운털 박히기 싫고, 뭔가 혜택을 얻기 위해서라도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 기업의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파고드는 게 권력의 생리이고. 상황이 이러니 초등학교를 4학년에 중퇴하고 상경해 신문배달 등을 하며 모은 돈 1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성완종 전 회장이 충남을 대표하는 중견 기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적나라하게 권력의 이면을 접했을까. 그런 그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폭탄을 던져두고 자폭한 날, 그 리스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박 대통령이 또 다른 기업들을 어르고 압박하는듯한 뉴스가 같이 실렸으니 아이러니로 느껴질밖에. 아무려나 성 전 회장이 죽으면서까지 알리고 싶었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를 접하면서 또 한 가지 확인한 건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전·현직 비서실장과 친박 실세, 현 국무총리의 이름까지 같이 올랐건만 유독 홍 지사의 리스트 등극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아무래도 무상급식 중단으로 경남은 물론 전국 학부모의 마음에 열불이 나게 만든 것이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전혜원 기자가 며칠간 경남에 머물며 확인한 밑바닥 민심은 당장이라도 홍 지사를 끌어내릴 기세였다고 한다. 그 현장의 움직임과 함께 ‘무상’ 패러다임이 지니는 폭발력과 한계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짚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서 '홍준표 1억'이라 고 적힌 것과 관련,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3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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