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녹는 축복받은 음식

이맘때 나는 햇감자는 채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북 무주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고 있는 블로거 김광화씨(blog.daum.net/flowingsky/10471791) 가족에게는 더욱 그렇다. 장마 탓에 주말이 따분한 가족에게도 감자가 특별할 수 있다. 감자를 박박 씻어서 삶거나, 사각사각 갈아서 부침개를 부친다면 말이다.

〈감자 꽃이 한창이다. 이맘때 감자는 알이 굵어진다. 그래서 일부러 꽃을 따주기도 한다.  다행히 올해는 비도 알맞다. 저장용 감자를 캐는 건 하지 무렵. 잎이 말라 갈색을 띠고 줄기에 힘이 없을 때 캔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 처지에서는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기가 어렵다. 반찬거리가 마땅치 않은 탓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햇감자를 먹는 맛 때문이다. 아직은 감자가 잘다. 굵은 것도 달걀 정도 크기. 두어 포기 캐도 한 끼 먹을 정도밖에 안 된다.

감자를 껍질째 씻어 찜솥에 앉힌다. 감자가 익기 시작하면 하나 둘 꺼내어 먹는다. 막 쪄낸 햇감자는 정말 맛있다.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다. 상상이(아들)가 감자를 먹으며 중얼거린다. “아 맛있다. 정말 맛있어.” 또 한 알을 먹으며 말한다. “김치를 얹어 먹어도 맛있지만, 소금을 찍어 먹어도 정말 맛있어.” 그러더니 뜻밖에도 “감자는 축복받은 음식 같아요”라고 말한다.

허! 아이의 표현이 놀랍다. 축복받은 음식이라! 농사를 생각해보니 더 그렇다. 감자는 이른 봄에 다른 어떤 곡식보다 먼저 싹이 난다. 그러니 풀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다른 곡식은 보통 김매기를 서너 번 매주어야 먹을 수 있는데, 감자는 두 번이면 충분하다. 맛이 좋은 데다가 보릿고개를 수월하게 넘도록 도와준 감자. 정말로 축복받은 음식 아닌가.〉





과외까지 척척 PMP의 진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4년. 지난 4년 동안 PMP는 놀랄 만큼 진화했다. 전자사전·MP3 플레이어·DMB·동영상 재생·내비게이션 기능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유명 학원의 강의까지 동영상으로 내려받는다.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달리는 승용차·전철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을 즐기고 공부도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부모로서는 자녀에게 PMP를 사주기가 껄끄러웠다. 자녀가 PMP를 학습에 이용하기보다, 내려받은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PMP로 제공하는 강의 내용이 점점 더 알차기 때문이다. 빌립-X5는 최근 국내 유명 교육·엔터테인먼트 사이트 23곳과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는 중·고생 교육 전문 사이트 이투스·1318클래스·스카이에듀와 자격증 관련 학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음악을 들려주고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과외 선생’ 노릇까지 하겠다고 나선 PMP. 과연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시사IN 한향란
흐르는 물에 씻으면 채소가 더 깨끗할까?

제철을 만난 과일과 채소의 뛰어난 영양가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과일이나 채소에 묻어 있을지 모를 농약이나 먼지 제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씻어야 농약 제거에 더 효과적일까. 많은 사람이 흐르는 물에 씻거나,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려 닦으면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 믿는다. 과연 그럴까.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두 가지 방법 모두 우리가 믿는 것만큼 세척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농약이 묻은 풋고추·상추·파·딸기 등을 흐르는 물과 담금 물에 씻은 결과, 오히려 담금 물의 잔류 농약 제거율이 더 높았다. 식초와 소금을 푼 물의 잔류 농약 제거율도 비슷했다. 식초와 소금 등을 물에 1% 정도 풀어 넣은 뒤, 그 물에 들깻잎과 상추를 5분간 담그고 흐르는 물에 씻어보았다. 그 결과 잔류 농약 제거율이 수돗물(83%)과 비슷한 80~83%였다. 결국 세척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정성 들여 씻느냐가 더 중요한 셈이다.



비 오는 날의 별미 빈대떡과 와인

‘장마’ 하면 빈대떡에 막걸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빈대떡에 와인도 ‘찰떡궁합’이라 우기는 이가 있다. 금양인터내셔날(와인 수입 업체) 조상덕 차장. 그에 따르면, 빈대떡의 감칠맛을 돋우는 데 와인만 한 것이 없다. 김치전·해물파전·감자전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각 전마다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고?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김치에는 ‘쇼비뇽 블랑’이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화이트 와인 ‘몰리나 소비뇽 블랑’(3만5000원)의 향긋한 과일 향과 톡 쏘는 맛이 김치의 칼칼한 뒷맛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 새큼하고 고소한 김치전도 마찬가지이다. 생기발랄한 와인 맛을 돋우면서 여운을 오래 남긴다. 비릿한 바다 향을 지닌 해물파전에는 ‘블루넌 화이트’(1만5000원)가 어울린다. 연한 감귤류의 옐로 컬러와 신선한 과일 향이 섬세한 조화를 이룬다.

감자전은 어떨까.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감자전에는 타닌 성분의 무게감이 느껴지고, 아로마 향이 풍부한 ‘투 오션스 피노타쥐’(1만5000원)가 어울린다. 진한 루비색의 투 오션스 피노타쥐는 끝 맛에 살짝 타닌 성분의 떫은맛이 느껴지는데, 감자전이 바로 이 맛을 누그러뜨려 입맛을 살린다.

돼지고기와 숙주가 들어간 녹두빈대떡과 찰떡궁합인 와인은 ‘35 사우스 카베르네 소비뇽’(2만3000원)이다. 풍미가 강한 카베르네 소비뇽은 돼지고기 특유의 잔맛과 기름기를 깔끔하게 가셔준다. 좀더 ‘묵직한 와인’을 원한다면 ‘1865 카베르네 소비뇽’의 코르크 마개를 잡아당겨라.

기자명 정리·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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