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허다윤양은 아빠 허흥환씨(51)가 이발하는 게 싫다고 했다. 아빠가 머리를 깎으려면 자기를 한 대 때리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런 아빠 허씨가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을 하고 말았다. 딸 허다윤양은 4월2일 현재 352일째 바닷속에 갇혀 있다. 이날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 및 생존자 가족 48명은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의 폐기와 진상 규명,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했다.

150㎝, 40㎏의 작은 체구인 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45)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다. 종양이 커지면서 양쪽 청신경을 누른다. 딸이 뭍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허씨 부부는 선내 수색이 종료된 이후 무력하게 4개월을 보냈다. 박은미씨는 딸을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1인 시위에 쓸 피켓을 직접 만들었다. ‘○○○일 동안 바닷속에 있는 다윤이를 찾아주세요.’ 2월26일부터 아침마다 피켓에 쓰는 날짜만 바꿔가며 청와대 앞에 나선다.

ⓒ시사IN 신선영3월30일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실종자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 뒤에 어머니 박은미씨가 주저앉아 있다.
3월30일 오전 10시 기자는 1인 시위 중인 허씨를 만나기 위해 청운동사무소를 지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소속과 신분을 전부 밝히고 나서야 진입이 가능했다. 청와대 앞에는 선글라스를 낀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났다. 허씨 옆에 서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 경찰은 “집단 시위로 보일 수 있는 불법행위”라며 주의를 주었다. 지난 1년 동안 진도대교에서, 청와대 앞에서 막혔던 것처럼 여전히 경찰은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허씨가 든 피켓을 들여다보고, 앞에 놓인 노란색 리본을 한 움큼씩 가져갔다. 

이날 4·16 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에게는 선체의 온전한 인양이 그 무엇보다 앞선다. 실종자를 찾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모퉁이에 서서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주겠다고 대통령님, 국무총리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님이 국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인양 또한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언제까지 인양을 미루실 건가요. 실종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그녀는 수신인이 없는 편지를 고이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일반인 희생자들 ‘1주기는 어디서 치르나’

분향소마저 철수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은 세월호 1주기를 치를 장소도 마땅치 않다. 일반인 유가족 일부는 지난해 12월 말 정부와 일반인 대책위가 주도한 일반인 희생자 합동영결식에 불참했다. 진상 규명이 되지도 않았는데 영결식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판단에서다. 영결식 거행에 대한 찬반 투표조차 대책위 일부 임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분열 조짐이 보인 터였다. 앞서 일반인 대책위는 11월24일 인천 정부합동분향소 철수와 합동영결식을 정부에 일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 희생자 43명 가운데 합동영결식에 참여한 수는 절반에 그쳤다. 나머지 영정은 안산 합동분향소로 옮겨진 상태다.

세월호 아르바이트생으로 탑승했다가 생존한 학생 두 명은 군에 입대했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권혁규군이 실종된 권오복씨, 누나 이영숙씨가 실종된 이영호씨는 여전히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은 가족을 기다린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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