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 더 해야 남자만큼 인정받는다”
  • 안은주 기자
  • 호수 41
  • 승인 2008.06.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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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LG전자 조은숙 상무.
현대차그룹이나 포스코처럼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대기업이 많으니, 대기업 여성 임원이라면 ‘희귀종’ 취급을 당한다. LG전자 MC연구소 조은숙 상무(44)가 처음 임원으로 승진하던 2006년에도 그랬다. LG그룹 전체 임원 750여 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총 12명.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조 상무의 승진은 화젯거리였다. 그녀를 만나 대기업 여성 임원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입사 18년 만에 임원이 되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차별받은 적은 없나?

연구소의 첫 여직원으로 입사한 탓에 초기부터 ‘싸움닭’처럼 살았다. 연구원으로 들어온 내게 행정직이 입는 유니폼을 입으라고 해 싸웠고, 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첫 상사가 함께 입사한 남자 연구원과 차별해 싸우기도 했다. 그 뒤로는 별로 차별받지 않았다. LG그룹은 남녀평등 문화가 정착된 편이고, 경영자가 여성 인재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남자 상사도 여전히 있다. 최근에도 박사학위를 받고 입사한 여직원에게 몇 달 동안 허드렛일만 시키는 남자 상사가 있어서 그 여직원의 부서를 옮겨주었다. 20년 전의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에게 흔히 붙는 별명이 ‘가슴 달린 남자’라는 표현이다.

나도 많이 들었다. 남성 동료와 다름없이 생활하니까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일도 남성 동료만큼 했나?
여자가 남자만큼 일하면 전혀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 남자보다 더 많이, 더 잘해야 남자만큼 인정받는다. 남성 동료보다 늘 1.5배 이상 일했다. 여자는 입사 때부터 남자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기 때문에 대체로 우수한 인력이 직원으로 채용된다. 조직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 여자 후배들은 남자만큼만 일한다. 남자보다 더 치열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여자 후배들에게 잔소리하는 편이다.

남자 직원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은 없나?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여자 상사라서 말발이 안 먹히는 경향도 있다. 술도 많이 마시고 밥값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여자 상사라서 아랫사람을 설득하는 데 더 유리하다. 내가 어떤 제안을 하면 거부감을 갖기보다 권고와 충고로 받아들이는 직원이 많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어떻게 해결했나?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아이들을 맡기다 지금은 육아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이어서 부담이 적은 편이다.

LG전자에서 사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까?

연구소장까지는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룹 분위기상 여성 사장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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