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규(58) 이온종묘 대표가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 처방에 사용된 약재의 성질이 식물의 생육온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제마가 사용한 약재 57종을 〈본초강목〉 기준으로 구분하면, 따뜻한 약 47종(83%), 차가운 약 4종(7%), 평이한 약 6종(10%)이다. 그동안은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주먹구구식으로 흘렀다. 그런데 이 대표의 연구 결과 그 약재의 광합성 최적온도가 바로 기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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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경우, 약성이 따뜻해 몸이 차가운 소음인을 위한 대표적인 약이다. 인삼의 광합성 최적온도는 15℃로, 저온성이다. 저온성이기 때문에 반대로 따뜻한 약성을 갖게 된 것이다. 20℃ 이하에서 잘 자라면 저온성, 30℃ 근처면 고온성, 25℃ 근처는 중간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겨울철에 나오는 시금치 감자 미나리 마늘 파 부추 고추냉이 등은 약성이 따뜻해 소음인에게 잘 맞고, 여름에 잘 자라는 오이 토마토 수박 참외 고추 상추 등은 약성이 차가워 소양인에게 잘 맞는다. 태양인은 25℃ 정도의 건조 지대에서 자라는 메밀이나 포도, 태음인은 같은 온도대의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무가 잘 맞는다고 한다.

원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제철 음식이 몸에 좋은 이유가 바로 식물의 생육 온도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서다. 약재의 온도에 따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졌다. 농업에서도 식물에 맞는 맞춤형 약재로 당도나 수확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2007년 대학원 석사 논문으로 연구 내용의 일단을 발표한 바 있다. 추가 연구를 정리해 조만간 ‘통합의학 연구’라는 한의학 학회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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